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사건 처리절차를 기존 고시에 의거한 집행 중심에서 법률로 격상한 평가 중심의 운영방식을 주문했다.
이는 기업이 저지른 부당이익에 비해 과징금이 터무니없이 적거나 경제적 사유를 들어 감경액을 대폭 높여주는 등 규제를 해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공정위가 발간한 '2012년도 통계연보'를 보면 2011년 공정위의 사건 처리건수는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과징금 부과액은 15.1% 감소했다. 2012년 사건 접수 건수 또한 전년 대비 54% 늘었으나 처벌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조직 설립 후 30여년간 검찰 고발사건 비율은 1%가 안 되고, 최근 5년간 3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깎아주면서 솜방망이 처벌 비난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반면 대기업 봐주기가 등장할 때면 과징금 폭탄으로 재계를 옥죄기하는 야누스의 면도 일각의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대기업 봐주기로 비화되거나 과징금 폭탄을 내리는 등 다른 시각이 병존해 왔다.
사건 처리건수는 늘고 과징금은 줄어드는 단순논리 이면에 공정위가 지난해까지 기업들을 단죄해 거둬들인 과징금만 1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과징금의 투명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사건 처리절차에 있어 알 수 없는 감액 등 여전히 투명성과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 왔던 것도 사실이다.
실례로 지난해 4대강 1차 턴키공사 담합사건 처벌은 솜방망이 논란에 결정적인 불을 댕겼다. 4대강 1차 턴키공사 담합사건과 연루된 현대건설 등 8개 건설업체에 대해 총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는 애초 부과한 과징금보다 깎인 금액이다. 더욱이 6개 건설사에 대한 검찰 고발도 이뤄지지 않아 기업 봐주기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노대래호는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 및 절차로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라는 복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 처리에 피심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사건 처리절차 대부분이 고시화된 규정을 법률로 격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 중 6월께 과징금 고시 개정을 통해 과징금 부과의 일관성·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과징금 부과기준 결정 시 판단 항목 및 기준을 구체화·객관화해 법 집행 수준에서의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기준 결정 시에는 판단 항목 및 기준을 구체화해 개관성을 확보하고 일관화시킬 계획"이라며 "위반행위의 중대성 판단 시 고려사항을 세분화·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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