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권력지도] 박근혜정부 청와대 실세들 ‘파워게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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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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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주진 기자=청와대는 박근혜정부의 컨트롤타워이자 권력의 심장부다.

윤곽을 드러낸 청와대 내 권력지도를 보면 박 대통령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친박계 그룹, 대통령직인수위 출신 그룹, 전문가 그룹 등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청와대 내 최고 실력자로는 허태열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정무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7명이 꼽힌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청와대 주변에서는 인사 잡음, 파워게임, 권력 암투설 등 소문들이 끊이지 않고 떠돌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원박(원조친박)'인 친박계 측근 그룹과 인수위·전문가그룹이 포진한 '신박' 간 파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2인자'를 절대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여권 내 권력 암투는 5년 내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는 모두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방사형 구조로 돼 있다"고 말한 한 친박계 인사의 말처럼 박근혜정부 실세들 간 파워게임도 거미줄처럼 얽힌 난삽한 전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허태열 변했다?'… 왕(王)실장에 힘 실려
요즘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 내에서는 "허태열 실장이 변했다. 전화해도 잘 받지도 않는다"며 섭섭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친박계 고위 관계자는 "당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참 억울한 일"이라며 "(허 실장은) 대통령의 모든 일정에 참석해야 하고, 독대보고에다 잠이 들기 전까지 대통령과 전화로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 어디 쉴 틈이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허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내 명실상부한 '2인자'이지만 '그림자 실장'을 자처해 왔다.

언론들은 허 실장의 발탁 배경으로 박 대통령이 특정인으로의 권력 쏠림 및 이로 인해 야기될 수도 있는 여권 내 권력 암투를 막기 위해 정치야욕이 덜한 68세의 전직 3선 의원을 택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왕(王)실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그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는 청와대 내부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허 실장을 통해 청와대 내 권력 암투를 효과적으로 핸들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각 수석들에게 독대나 전화를 통해 수시로 지시를 내리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모든 내용을 허 실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선이 본격화되면서 인사위원장인 허 실장이 추천권을 행사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벌써부터 허 실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새누리당 핵심인사, 지역인사들까지 총출동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원박 돌쇠' VS '신박 선비'
'박 대통령의 복심 중에 복심' 하면 바로 이정현 정무수석이 첫손에 꼽힌다. 이 수석은 지금도 수석들 중 박 대통령과의 통화 횟수가 가장 잦다. '미니수석비서관회의'라 불리는 '11인 회의'를 사실상 주재하며 세세한 현안까지도 조정하고 결정하는 이가 바로 이 수석이다.

이 회의에서 결정을 내리기 애매한 사안의 경우,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중을 알아내는 이도 이 수석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는 절대적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이 수석이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연이은 인사 실패로 민정실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민감한 친인척 관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이 수석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영원한 돌쇠'로 통하는 만큼 이 수석의 충성심은 청와대 안팎에서도 정평이 났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나 악의적인 공세에는 흥분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다혈질 성격으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이 수석만큼 열심히 뛰는 수석도 없다"고 귀띔했다. 이 수석은 당·정과 교감하며 조율하는 정무라인을 책임지고 있지만, '불통' 청와대의 언론 소통 창구도 자처하고 있다. 이 수석만큼은 기자들의 전화를 성심껏 받아주면서 취재가 잘 안되는 '깜깜이' 청와대의 소식을 잘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 간사들까지 릴레이로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박 대통령의 '식사정치'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모두 물밑에서 열심히 뛴 이 수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이콧 될 뻔했던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도 이 수석이 주도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회의석상에서 이 수석과 자주 마찰을 빚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다.

합리적 중도보수성향으로 '깐깐한 선비형 학자'라는 평을 듣는 유 수석과 '돌쇠형' 이 수석이 청와대 내 '비둘기파'와 '매파'를 대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무엇보다 '원박'과 '신박'을 대표하는 두 수석의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 수석은 국정과제 조정, 중장기 대통령 일정·메시지를 관장한다.

그는 일명 '선비회의'라 불리는 선임비서관회의, 전 부처의 기획조정실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대통령 일정과 각종 현안, 모든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부처간 갈등사안을 조정한다.

정책과 관련된 박 대통령의 메시지도 연설기록비서관실로 올라가는 초안을 국정기획수석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유 수석과 독대도 자주 하고, 전화 통화도 수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면 1시간 넘게 전화 통화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유 수석은 청와대 내 불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았다.

유 수석은 3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청불회장 취임법회를 봉행한다. 지난 1996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처음 만들어져 불교계와 청와대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청불회는 과거 정권에서 실세 인사가 회장을 맡아온 관례가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유 수석의 영향력이 더욱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문고리 권력' 측근 3인방…절대적 신임
1998년 정치에 입문한 박 대통령의 곁을 15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최측근 3인방'은 청와대의 안살림과 일정, 수행, 민원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을 쥔 셈이다.

맏형격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살림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대통령 일정을 전담하고 있고,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대통령 수행과 청와대 관련 민원을 다루고 있다.

이밖에 국정홍보비서관실 김휘종씨, 총무비서관실 소속 황혜성·서영모씨와 제2부속비서관실 김형일씨 등 박 대통령의 의원실 보좌진 출신 9명도 청와대에 입성했다.

지난 대선 때 당 안팎에서는 이들 '문고리 권력'이 박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어 폐해가 적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 관료·전문가 그룹, '전문성'으로 승부
역대 정부 중 박근혜정부 1기 청와대에는 전문가 출신과 관료 출신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명실상부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조원동 경제수석을 비롯해 홍남기 국정기획수석실 기획비서관, 오균 국정과제비서관,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장진규 과학기술비서관, 김용수 정보방송통신비서관, 김재춘 교육비서관, 연제욱 국방비서관, 홍용표 통일비서관이 분야별 전문성을 인정받은 정통관료 출신이다. 인수위 전문위원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전통적으로 직업관료 출신들은 중립적이며 일에 추진력이 있는 장점이 있지만, 권력실세들에게 순응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승진이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열심이다. '무색무취'하다는 점에서 충성도 높은 당 출신과는 늘 비교되게 마련이다. 실제 청와대 내에서는 관료-당 출신 간 갈등상황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능 PD 출신으로 보도본부장을 지낸 이남기 홍보수석을 비롯해 대우그룹 최연소 이사를 지낸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 기자 출신인 최형두 홍보기획비서관, 윤창중·김행 대변인은 전문가 그룹으로 분류된다. 최근 언론을 통해 홍보라인의 '불통'과 갈등설이 터져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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