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올해도 1분기가 벌써 다 지났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 투자 규모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같으면 일찌감치 투자 계획 검토를 마무리 짓고 발표했겠지만 새 정부의 대기업정책 눈치보기에 환율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쳐 더욱 늦어지고 있다.
실제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불확실한 경기상황을 감안해 투자 규모를 유동적으로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2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두고 봐야한다”고 딱 잘라말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공장증설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기회만 있으면 더 지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시설투자에 대해 아끼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최근 충남 당진에 자동차용 첨단소재 개발을 위해 1조1200억원을 신규투자, 특수강과 철분말 공장을 설립해 2만2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로 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다음 주 방미길에 오르기 전 투자계획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현대차그룹의 이런 망설임에는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으로서는 신중한 입장일 수 밖에 없는 것.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최근 정부의 일감 나누기 등의 흐름에 대해 현대차가 솔선수범 한다는 점에 대해선 “잘 알고 있으며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달 17일 광고·물류 분야에서 계열사 간 거래를 대폭 축소, 중소기업에 직 발주하거나 경쟁 입찰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 광고 발주 예상 금액의 65%인 1200억원, 물류 발주 예상 금액의 45%에 달하는 4800억원 등 대규모 물량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최근의 엔저 현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엔저 현상이)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엔화약세로 경쟁력은 약화되겠지만 그 흐름이 계획성이 있었는지 아니면 우연한 위치에 오게 된 건지 달러화의 움직임과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의 이번 전경련 회장단 회의 참석은 지난 2011년 3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이번 회의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도 참석해 재계 회장들과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정 회장 이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참석한 그룹 총수는 정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과 이준용 대림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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