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최근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엔화 약세, 실적 부진 등으로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 가운데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종중 삼성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은 지난달 22일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사들였다. 3월 19일과 20일에도 각각 230주, 480주를 매입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주당 가격이 150만원 정도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이 최근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12억원 정도다.
이인용 삼성미래전략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도 지난 3월 말 삼성전자 주식 50주를 매입한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도 10주를 추가했다.
삼성전자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장(사장)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홍 사장은 부사장이던 지난 2010년 말 처음으로 삼성전자 보통주 54주를 샀다. 이후 매년 조금씩 자사주를 사 모아 이달 현재 280주로 늘었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도 지난달 30일 2년 7개월 만에 자기 회사 주식을 5000주 매입했다. 삼성물산 주가가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 3월 말 6만8500원에서 이달 현재 5만8500원으로 15% 가까이 빠지자 정 부회장이 직접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은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달 2일에는 김동운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자사주 3000주를 매수하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올 초 주당 16만7000원에서 8만6900원으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한라그룹 임원들의 만도 주식 매입도 눈에 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총 7400주를 장내 매수했다. 같은 기간 신사현 부회장과 성일모 사장 등 임원진도 수천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만도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 매입에 나선 이유는 모회사인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참여 전 주당 10만원 넘던 만도 주가는 지난달 18일 7만38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정 회장을 필두로 임원진이 자사주 취득에 나서면서 이달 현재 주가는 9만2000원으로 올랐다.
올해 1분기에만 53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GS건설 임직원들도 자사주 사들이기에 동참했다. 지난달 19일 서정우 전무와 임경인 상무가 각각 8920주, 2990주를 매수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박종인 부사장까지 2000주를 사들였다. GS건설 임원들이 올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1분기 실적 발표 이전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임원진이 매월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회사도 있다. 이승국 사장과 서명석 부사장등 동양증권 임원 45명은 지난달 26일 자사주 1만2920주를 사들였다. 매수 규모는 1인당 50주에서 770주로 크지 않았다. 동양증권 임원진은 지난해 7월부터 매월 말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증시 불황 등으로 회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임원진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매월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며 "책임 경영을 좀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임원이 아닌 법인들의 자사주 취득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23일 삼성생명이 315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앞서 제일기획은 96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으며 동아쏘시오홀딩스가 403억원, 강원랜드 190억원, 동아원이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각각 사들였다.
BS투자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최대주주 등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곳이 10여개에 달한다"며 "최대주주 등의 지분 매입 이후 일평균 수익률이 올라가는 등의 주가 안정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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