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네쌍둥이 간호사, 합동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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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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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쌍둥이 가운데 3명, 11일 경기도 용인시청 시민예식장서 웨딩마치<br/>‘출생 - 간호사 - 대학교 - 결혼’까지 함께하는 네쌍둥이

아주경제 김종훈 기자= 가천대 길병원에서 태어나 길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네쌍둥이 자매 중 3명이 5월 11일 오후 1시, 경기도 용인시청 시민예식장에서 합동 결혼식을 올린다.

황 슬, 설, 솔, 밀(24) 등 네쌍둥이 자매는 1989년 가천대 길병원에서 태어나 2010년 길병원 간호사로 입사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 NHK 방송은 네쌍둥이 자매를 일본 도쿄로 초청해 인기 프로그램 ‘아시안 스마일’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또 일본 니혼TV도 이들 자매의 사연을 소개했다. 국내 언론들은 이들의 길병원 입사를 ‘연어의 회귀’로 비유했다.

이날 결혼식에서는 네쌍둥이 자매 중 첫째와 셋째, 넷째 세 명이 합동 결혼식을 올린다. 둘째 황 설은 선교사인 남편을 위해 지난 해 11월 먼저 식을 올렸다.

이들 자매의 결혼식에는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은 1989년 이들 자매가 태어날 때 맺은 인연을 24년째 이어가고 있다.

주례는 네쌍둥이 자매가 다니는 인천 열린문교회의 김재원 담임목사가 맡는다.







<별첨>
-네쌍둥이 출생에서 결혼까지-

네쌍둥이 자매의 결혼을 계기로 24년째 이어오고 있는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과의 인연이 새삼스레 화제다. 이들 자매의 오늘이 있기까지 이 회장의 후원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질긴 인연은 네쌍둥이 자매가 세상 빛을 보기 직전부터 시작됐다.

1989년 1월 당시 강원도 삼척에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58)씨와 어머니 이봉심(58) 씨는 출산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어머니 황 씨는 친정 집 근처에 있던 인천의 어느 작은 병원에서 출산 준비를 했다.

그러나 출산예정일에 앞서, 갑자기 산모의 양수가 터졌다. 당황한 병원은 “인큐베이터가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이씨의 등을 떠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쌍둥이 출산도 흔치 않던 시절이기도 하고, 네쌍둥이는 국내 두 번째였다. 이에 산모와 가족은 서울로 가느냐 마느냐 우왕좌왕하다, 길병원 문을 두드렸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출산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와중에 이길여 회장은 산모의 두 손을 꼭 잡고 용기를 북돋웠다. 마침내 성공적인 수술 끝에 네쌍둥이의 울음 소리가 복도로 터져나왔다. 이 회장은 요람에 든 네쌍둥이 자매와 기념촬영을 했다. 네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70만분의 1로 알려져 있다.

기쁨도 잠시였다. 산모와 가족은 입원비와 인큐베이터 비용 걱정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이길여 회장은 “병원비를 받지 않을 테니, 건강하게 치료받고 퇴원하라” 달랬다. 며칠 후 네쌍둥이와 산모가 퇴원할 즈음, 이 회장은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대줄테니 연락해 달라”고 산모에게 당부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공부를 시키지 못할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학비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후 서로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러다 2006년 9월 이길여 회장이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네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17년 전의 약속을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이들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 네쌍둥이 가운데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수시 합격했으나 학비 마련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2007년 1월10일 이 회장은 이들 자매에게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해 17년 전의 약속을 지켰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네쌍둥이에게 또 하나의 약속을 추가했다. “너희가 대학 가서 열심히 공부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기만 하면 전부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줄게. 네쌍둥이가 우리 병원에 와서 같이 근무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병동을 다니면서 환자를 돌보는 줄 알 거야.” 이후 이 회장은 3년간 해마다 네 명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왔다.

네쌍둥이들은 이 회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3년간의 학업과정을 마쳤고,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했다. 마침내 2010년 2월 이들은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입사했다. 21년 전 약속을 지킨 것이다.

간호사로 채용된 네쌍둥이가 대학을 각각 수원과 강릉에서 졸업하고, 부모님들은 용인에서 살고 있어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거주할 집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자 이길여 회장은 병원 인근에 빌라 한 채를 마련해 주면서 이들이 모여 살도록 배려했다.

이후, 네쌍둥이 간호사들은 간호사로서 더 큰 꿈을 펼치고 더욱 전문적인 분야에 진출하자 하는 포부를 품고, 가천대학교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이들이 2012년 2월 다함께 4년제 대학교 학사모를 쓰게 될 때까지 학비 전액을 이길여 회장이 후원했다.

그렇게 다함께 학사모를 쓰고, 간호사로 근무하던 네쌍둥이는 각자의 베필을 만나 함께 화촉을 밝히게 된 것이다. 둘째인 황슬은 선교사인 남편을 위해 작년 11월에 먼저 식을 올렸지만, 나머지 세 명이 이번에 식을 올리게 되어 이들 모두 이제 가정을 꾸려 행복한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네쌍둥이의 맏이인 황슬 씨는 “저희가 길병원에서 함께 태어난 것만도 큰 축복인데, 다 함께 일하고 또 결혼도 함께 올리게 되어 참 행복하다”며 “앞으로 저희도 또 행복한 가정 꾸려나가고 아이들도 낳아서 잘 키우고, 많은 분들께 보답하며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네쌍둥이 간호사는 가천대길병원 인공신장실과 신생아실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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