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인 '乙'의 폭로전…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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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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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강규혁·홍성환 기자= '을'의 반격이 시작됐다.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승무원 폭행사건으로 시작된 '갑의 횡포'는 제빵사 회장의 호텔 직원 폭행을 거쳐 남양유업 막말 파문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갑의 횡포가 '을'의 폭로로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비난이 갑에게 집중된 사이 그동안 억눌려 왔던 '을'이 지금이 기회라며 본격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을의 폭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어디에서도 합의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갑의 횡포 주범으로 불리는 남양유업이 9일 오전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곧바로 "진실되지 않다"고 비난했다. 연합회는 이날 "남양유업이 피해 대리점주에게 진실된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피해보상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대리점주들의 고소로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고, 피해 대리점주에 대한 구체적인 변제 내용을 밝히지 않아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대리점주들은 생계 기반인 대리점 운영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남양유업 사태로 산업계 전반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져 왔던 불공정 거래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이 대표적이다. 본사가 택배기사들의 수수료를 낮추고 배송 불량에 대한 책임을 묻는 페널티 제도를 도입하자, 기사들이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국내의 한 백화점도 입점업체 직원에게 월별 매출목표를 제시한 후 달성하지 못하면 입점업체에 직원 교체를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리자 해당 직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참여연대에 제보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회'에서 백화점의 횡포를 폭로했다.

이 같은 무차별적인 '을의 폭로'와 관련해 갑의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지나친 여론몰이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막무가내식 '을의 분노'는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갑을' 논란으로 해당 기업이 손실을 보는 동안 '을' 또한 생존 기반을 잃게 되는 등 상호 공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김주영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지난 수십년간 이러한 관계가 지속됐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상호 비방전은 서로간에 상처만 남길 뿐이므로 부당한 관행을 없앨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을의 지적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왜곡된 갑을관계는 상위 1%의 '슈퍼 갑'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일상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특정인에 대한 공격보다는 사회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경실련 관계자 역시 "남양유업과 같은 불공정 관행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외에 하청업체·대리점주 등도 상호간의 소모전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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