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乙 논란> 금융권에 여전한 '갑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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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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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박모씨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중 한 시중은행 지점을 찾아 3억원의 기업자금대출을 신청했다. 은행의 승인을 받아 3억원의 대출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김씨가 손에 넣은 돈은 5000만원 부족한 2억5000만원이었다.

은행이 김씨의 허락없이 대출금 중 5000만원을 거치식 펀드에 입금시킨 것이다. 은행의 구속성 행위인 이른바 '꺾기'로, 과거 금융감독원에 실제 접수됐던 사례다.

학원을 운영하는 조모씨 역시 소상공인대출을 받기 위해 한 은행을 찾았을 때 적금과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받았다. 조씨는 "다행히 은행 직원이 상품 가입을 강요하진 않고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가입을 하진 않았다"며 "하지만 자금난으로 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상품 가입을 권유받으니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꺾기 관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주장이지만, 여전히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이 소위 '갑'의 위치에서 종종 부당한 권유를 하고 있다는 게 금융소비자들의 하소연이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꺾기 경험은 11%로 전년(7.6%)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도 늘었다. 지난해 금융 민원은 9만4794건으로 전년의 8만4731건보다 11.9%, 1만건 늘었다.

금융 민원은 2008년 6만5758건, 2009년 7만6825건으로 증가하다가 2010년 7만2169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경기 불황 장기화로 인한 금융소비자 불만 고조와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이 전 금융권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원 발생 평가 결과도 실망스럽다. 지난해 민원 발생 평가에서 82개 금융사 중 단 7곳만이 최상등급인 1등급을 받은 것이다. 전년보다 평가등급이 하락한 회사는 무려 24곳으로, 개선된 회사(14곳)보다 많았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만연한 '갑을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한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담당자는 "평소 은행측이 방카슈랑스 판매를 빌미로 보험사에 판촉물 비용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은 관례화돼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일부 은행이 보험사와의 관계개선에 신경쓰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개선방안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갑을 문화 척결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 스스로 할 일은 구체화하지 않은 채 오직 금융사에 주문만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불합리한 관행을 뜯어고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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