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색깔보다 충성도 따져야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처음 방문해 정상회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을 하는 데 윤창중 전 대변인은 딴 짓을 했다. ‘시차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러 밖으로 나갔을 뿐이다’, ‘가이드(주미 한국대사관 등 미국에서는 인턴이라고 호칭했음)가 일을 못해 여러 차례 혼냈고, 미안한 마음에 술을 한잔 사겠다고 제안했다’. 이 모두 인턴 성추행 의혹을 산 윤 전 대변인이 해명한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잘 살라는 격려하는 뜻으로 허리를 툭 쳤을 뿐이다'. 한 국가의 대변인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실망이 크다. 윤 전 대변인이 한 이 모든 말들은 오히려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국가대사를 하러 미국까지 건너간 ‘대통령의 입’ 대변인이 밤에 잠이 안온다고 술을 찾으러 돌아다니는가? 한국이 아무리 술에 관대하더라도 공직에 그것도 청와대 요직에 근무하는 사람이 한 행동치고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명 기자회견 내내 너무 바쁘고 정신 없다고 했던 윤 전 대변인이다. 낮게 그 정도 바빴다면 밤에 그날 일을 정리하고 내일 바쁜 대통령 일정 등을 챙기고 잠을 더 청했어야 하는 자리다. 시차 때문에 대통령 대변인이 술을 찾아 호텔 방을 나와 배회했다는 말은 해명이 절대 될 수 없다.

둘째, 가이드가 일을 못해 여러 차례 혼냈다고 했는데 청와대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채용한 미 시민권자 젊은 여성을 혼낼 일이 뭐가 있었을까? 청와대 대변인이 얼마나 못났으면 임시직 인턴 직원과 하루 종일 씨름을 했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과가 끝나고 그 여성에서 술을 산다? 이 또한 대변인으로서 타당치 못한 행동이다. 자기를 돕는 인턴이 정 맘에 안 들면 대사관 등 직원을 공급한 측에 말해서 바꾸면 되는 일이다. 결국 그는 ‘밤’과 ‘술’ 두 가지가 조합된 나쁜 버릇 때문에 국가대사를 망쳤다는 인상을 준다.

셋째, 그는 인턴 여성의 허리를 쳤을 뿐이라고 했는데, 남성이 여성의 허리를 툭 치면서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연인이라면 그 보다 더한 행동도 할 것이지만, 정상적인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의 허리를 치거나 만지면서 말을 건넬 수는 없다. 이 또한 윤 전 대변이 실수한 것이다. 문화차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한국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허리를 치면서 말을 건넸는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자유분방하다는 미국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금 청와대에서는 그렇게 일을 하는가보다.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한 대로 성추행을 했는지 여부는 경찰이나 당국이 확인할 일이다.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진실을 알 수 없다. 영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가 한 가장 큰 잘못은 이번 추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자신을 발탁해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으로 일찍 돌아와 해명성 기자회견을 했지만 자기는 잘못이 전혀 없고 일찍 돌아온 것도 상사가 회유했다는 말을 했다. 하나부터 열가지가 모두 잘못인데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을 뿐더러 청와대 윗선이 사건을 수습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 셈이다. 자기가 살기 위해 박근혜 청와대 자체를 압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행동은 사람을 요직에 발탁할 때 오히려 ‘색깔’보다 충성도를 더 따져야 한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윤 전 대변인은 처음 인수위에 발탁될 때부터 논란이 됐던 인물. 심지어 언론계에서도 그를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는 중도와 진보 진영 인사들을 심한 말(칼럼 등)로 공격하기 일쑤였다.

그의 이번 처신을 보면 자신이 보수 대변인 것처럼 한 과거 행적도 입신양면을 위한 것 아니었나 싶다. 그가 국가와 대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 입을 다물어야 한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조사 받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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