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업장들이 앞 다퉈 생산 관련 업무를 협력업체에 외주를 주는 아웃소싱을 진행해 왔으나, 늘어나는 외주 물량이 안전의 사각지대를 양산해냈다는 것이다.
외주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본사 사무직원들도 역량을 높이고 안전시스템 체계를 고도화해야 하지만, 현실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전국의 각종 사업장에서 '안전 피로증'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외주업체 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대형사고가 언제 어디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형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자사 소속 생산직 근로자 감소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사업보고서 제출양식이 변경돼 2009년 이후 생산직 근로자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본사 소속 생산직 근로자 수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는 점은 과거 자료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999년 1만5826명이었던 생산직 근로자 수는 2008년 2만3032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남성 근로자 수는 8645명에서 2249명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여성 근로자 수는 7181명에서 2만783명으로 늘었다.
포스코도 1999년 1만7594명에서 2008년 1만4969명, 현대중공업은 1만6821명에서 1만5559명으로 줄었다. 현대제철은 2086명에서 5581명으로 늘었지만 조사대상 기간에는 당진제철소가 완공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장의 확장에 비해 인력의 증가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생산물량도 늘어나고 매출도 급증했는데, 근로자 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생산공정의 자동화 덕분에 운용인력 수가 예전처럼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기업의 설명이다.
하지만, 핵심 생산라인에서의 자동화와 별개로 차별화된 기술력이 필요 없는 사업장 시설 유지·보수와 관리 등의 업무는 상당 부분 협력업체에 외주 물량으로 돌려지면서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협력업체 근로자 수의 증가분은 크다고 한다.
즉, 본사 직원들이 맡아 왔던 업무를 외주 협력업체 직원들이 담당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본사에서는 이들 직원에 대한 안전교육과 업무환경 제공에 힘을 써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내 환경에서는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필요인력 수가 최소화 한 데 따라 업무시스템 구조가 여유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협력회사 대표는 "우리가 맡은 업무는 최저입찰가격으로 따낸 것이라 비용부담을 무시할 수 없고, 이러다 보니 직원들의 안전을 100%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며 "충분치 않은 인력으로 업무성과까지 내야 하는 등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안전교육과 관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기업 직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대기업 사업장 관리직원은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일을 컴퓨터로 대체할 수 있지만 우리도 인원 수가 적다 보니 물리적으로 모든 협력사들을 눈으로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사고예방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안전관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 수의 부족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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