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통령, 아니·옳시다"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중국 역사상 영토가 확장되고 문화, 예술이 부흥하는 등 나라가 내외로 모두 안정돼 흥했던 시절로 평가받는 청(淸).

청나라의 최전성기는 제4대 황제 강희제의 1681년부터 제5대 황제 옹정제를 거치고 제6대 황제 건륭제 때까지 이른다. 특히 강희제는 무려 61년간 중국을 다스린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꼽힌다.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던 강희제의 현명함이 국가의 부흥으로 이어졌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의 현명함을 완성시키는 데는 충신이 있었다. 바로 강희제의 충신 '위정'이다.

위정은 뼈 시린 직언과 쓴소리를 하며 군주에게 쓴 약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강희제 역시 아첨보다 쓴소리가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현명한 권력자이기도 하다.

강희제의 손자인 권륭제의 신하 '화곤'과 같은 아첨자를 구분했던 군주의 밝은 눈은 부흥한 청나라를 만들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현명한 군주는 그릇된 순간에 '아니다'라고 말하는 충신과 옳다고 여길때 '옳다'로 말하는 충신을 구분하는 눈이 필요하다. 아울러 충신을 두는 것만큼 중요한 덕목은 잘못을 저지렀을때 떳떳하게 앞으로 나와 인정하는 배포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파문에 대한 10일 밤 이뤄진 이남기 청와대 홍보 수석의 4문장짜리 셀프사과는 국민 보다는 대통령에게 한 사과였다.

청와대 입성 전부터 거친 입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윤 전 대변인을 쓴소리 하는 충신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국민에게 나서서 사과를 해야할 대통령 대신, 그런 대통령에 고개 숙이는 이 홍보수석 역시 충신이라 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군주로서 진정 나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한 배포없는 통치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충신하나 갖지 못한 힘 없는 나라의 대통령임을 보여주는 꼴이다.

지난 3월 30일 고위공직자의 잇단 낙마 등 인사파동이 확산되자 김행 대변인이 허태열 비서실장의 63자에 불과한 사과문을 '17초 대독'한 것을 국민들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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