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시설을 제외하고 병원·건축물·도로·학교의 경우 내진 보강이 적용되지 않은 데다 당초 정부가 계획한 대로 내진 설비 구축이 시행되지 않고 있어 지진에 무방비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13일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건축물·공항시설·도로시설·학교시설·병원시설 등에 대한 내진 보강 시행 현황을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진 보강 시행률은 8.6%에 머물렀다.
정부가 당초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내진 보강을 필요로 하는 시설물은 2011년 총 940개·5690억원, 2012년 총 1689개·8120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지방자치단체·교육청·정부투자기관 등에서 시행한 내진 보강은 2011년 총 71건·490억원(8.6%), 2012년 총 173건·700억원(8.6%)이다.
공항시설의 경우 2011년과 2012년 2년 동안 5개 공항에 22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계획을 그대로 시행했다. 하지만 건축물은 2년 동안 875곳에 8400억원을 투입키로 한 계획과는 달리 실제로는 67개 건축물에 109억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도로시설(터널 포함)의 경우 계획(876개·2000억원) 대비 시행률이 5.7%에 불과한 50개 도로시설에 대해서만 내진 보강을 실시했다.
학교시설의 경우에는 국가의 미래자산인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사립학교까지 포함해 내진 보강을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855개(3100억원) 중 14.4%에 불과한 123개교에 대해서만 내진 보강을 시행했다.
특히 병원시설의 경우 내진 보강을 단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물의 내진보강은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안전보장과 재산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다. 정부가 계획만 수립하고 시행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결과 확인된 것.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처음 관측된 시기는 1905년부터지만 과학적 지진관측을 시작한 것은 1978년 이후다. 1978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816차례 발생했고 1980년대 16회, 1990년대 26회, 2000년대 44회로 지진 발생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원자로와 발전소를 내진설계기준에 맞춰 건설했고 1988년부터 건축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내진설계 개념을 도입했다.
이후 1997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내진설계기준연구를 통해 모든 시설물의 내진설계기준에 대한 상위개념을 정립해 하위개념인 시설물별 내진설계기준을 정립했다.
2008년에는 지진재해대책법을 제정해 시설물들을 '기존 시설물'로 정의하고, 해당 시설물들에 대해 내진보강을 의무화한 바 있다.
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회장은 "최근 중국·일본 등 주변국에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비록 약진이기는 하지만 연평균 41차례의 지진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진 보강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안전과 국민행복을 위한 필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도 예산 문제 등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지진이 감지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내진 보강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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