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거목' 이지송 LH 사장의 '아름다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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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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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임기 만료 앞두고 퇴임<br/>모교 한양대 석좌교수 재직 예정…"후학들에게 노하우 전수할 것"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국내 건설업계의 거목 이지송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4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3년 8개월, 건설업계에 몸담은 지 50년 만이다.

그는 LH의 초대 수장으로서 경영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LH 본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부채와 자금 상황, 구조조정 압박 등 곳곳에 쌓여있는 난제와 회사 걱정에 숱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며 "매일매일이 부채와의 전쟁이었고, 생존과의 싸움이었다"고 취임 초기 심정을 술회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의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면서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영원한 LH맨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퇴임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사장은 1965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한강유역합동조사단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자원공사를 거쳐 현대건설에 30여년간 몸담았다. 지난 1999년 부사장으로 퇴임한 뒤 경인운하 사장과 경복대학 토목설계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3년 3월 이 사장은 다시 현대건설 CEO(최고경영자)로 돌아왔지만 '건설 명가' 현대건설은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 처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3년 뒤인 2006년 위기의 현대건설은 기사회생했다. 사장 취임 당시 내건 구조조정 없이 회사 정상화, 서산간척지 개발, 이라크 공사 미수금 회수 등 세 가지 약속을 모두 지켰던 게 주효했다. 그의 취임 당시 920원에 불과했던 현대건설 주가는 퇴임 때 5만원대까지 올랐다.

이후 경복대학 총장을 지내던 이 사장은 2009년 10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한 LH 초대 사장으로 낙점됐다. LH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 사장 앞에는 100조원이 넘는 부채 등 또 다른 위기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결코 피하지 않았다. "사명만 빼고 다 바꾸자"며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경영정상화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조직 융화활동 및 미션·비전을 공유하고 사규·급여 제도 등을 통합하는 등 LH 조직 안정 및 통합에 힘썼다. 부채 원인을 분석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무개선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LH 안팎의 우려와 반대에도 통합 이전 각 공사가 경쟁적으로 벌여놨던 사업도 조정했다. 사업 조정과정에서 2010년 12월에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 수용 주민이 즉각 보상을 요구하며 천막 단식에 돌입하자 이 사장이 바로 옆에 천막을 세우고 하룻밤 노숙하면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사장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LH의 금융부채 증가 속도는 확 줄었다. 2009년 20조원에서 2011년 10조원, 2012년 6조원으로 급감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2010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7000억원 늘었다. 이와 함께 그는 사장 재임 동안 실버사원 7000명, 신입사원 500명, 청년인턴 1600명 등 총 91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특히 공직자는 공직자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현대건설 재임 시절 경영정상화의 보답 차원에서 채권단으로부터 받았던 현대엔지니어링 스톡옵션 5만주(200억원 규모)에 대한 권리를 깨끗이 포기하고 반납하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이 사장에 대해 "업무와 자기 자신에겐 철두철미했지만 직원들에게는 회사 뒤뜰에서 빈대떡을 먹으며 대화 시간을 마련하거나 가족 초청행사를 여는 등 따듯하고 인정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한 이 사장은 모교인 한양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건설인생 50년의 산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한편 후임 사장 공모에 들어간 LH는 최종 확정 전까지 당분간 부사장 체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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