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영향>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환율 1% 떨어지면 수출 연 0.18%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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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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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떨어질 경우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약 0.18% 줄어드는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올해 연평균 엔/달러 환율이 100엔,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일 경우 조선업종은 1조8000억원, 자동차 업종에서는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에서는 한·일간 기계류 제품 가격 차이가 기존 10∼20%에서 5∼10%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일본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한국산 자동차가 고전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미국 판매 부진 등의 요인으로 1분기 수출이 1년 전보다 8%, 기아자동차는 10% 넘게 감소했다.

중국에서는 대일감정 악화로 일본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지만 일본산 화장품, 주방용품 등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도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재 등에서 일본산 가격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엔저의 진원지인 일본 수출도 위협 받고 있다. 엔화약세로 한국에서 수입하는 가격이 인상되자 일본측 수입업체로부터 10% 이상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제3국 기업으로 거래선을 변경하겠다고 통보를 받은 국내 수출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국내 산업의 대일 의존도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피해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원/엔 환율의 급락이 엔화 약세 중심 요인에서 기인한 것을 비롯해 세계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로 인한 엔저의 경우 수출단가 인상을 자제함으로써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여지가 있는 반면, 엔화 약세로 인한 엔저는 일본제품의 수출가격 인하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고 한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세계경제가 고성장을 보이고 있어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두자리수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이번에는 세계경제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세계경기 호조 하에서는 엔저에 따른 대일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를 해외수요 증가가 일부 상쇄할 수 있으나 이번에는 해외수요 부진으로 대일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엔저가 주요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차, 철강, 가전, 섬유 등에서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주력 수출시장 및 경쟁 품목이 일본과 상당 부분 중첩되고 생산 대비 수출비중이 높으며, 한·일 간 경쟁력 격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 대기업에 비해 해외생산 확대를 통해 엔저효과를 상쇄할 여지가 적은 데다,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관련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환율변동 대응능력도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석유화학(한·일간 제품차별화, 경쟁우위 확보, 국제수급에 의해 가격 결정), 일반기계(대일 수입부품가 하락의 상쇄효과), 조선(수주와 수출 간 시차, 제품차별화) 등은 엔저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신 연구위원은 “당장 엔저 영향이 적은 업종이라도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일본기업이 채산성 및 경쟁력 개선을 통해 한국의 주력품목 분야에 재진입하면서 영향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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