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영혼을 악마에게 판 남자 ‘도리안 그레이’.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서다. 그의 외모는 영원불멸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었지만 영혼은 자신의 초상화와 함께 서서히 파괴되어 간다.
오스카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리안 그레이'는 19세기 ‘유미주의’를 추종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통찰력은 21세기에도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 영화 '도리안 그레이'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는 매력적인 소재와 설정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악마와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거부할 수 없는 차가운 매력을 지닌 도레이는 가는 곳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오직 쾌락만을 쫓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마치 드라큘라를 연상케 하는 고딕 공포 이미지로 눈길을 끌고 있는 주인공 도리안 그레이 역을 소화한‘벤 반스’가 주목받고있다.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의 왕자>에서 용맹하고 위엄 있는 ‘캐스피언 왕자’ 역할을 통해 전세계 여심을 사로잡은 ‘벤 반스’는 아름다운 외모의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청년의 모습과 많은 여성들을 향해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섹시하고 차가운 나쁜 남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색다른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1981년 영국에서 태어난 벤 반스의 본명은 ‘벤자민 토마스 반스’. 영국의 킹스턴 대학에서 영문학과 연기를 복수전공한 그는 16세가 되던 해부터 국립 소년 음악원의 단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하였지만 변변한 배역조차 구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무명의 설움을 견뎌야 했다. 신인시절 멋진 외모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튀는 외모 때문에 조연이 주연보다 돋보이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 주로 TV 미니시리즈에 조연으로 출연하던 그의 운명을 뒤바꾼 작품은‘콜린 퍼스’와 ‘제시카 비엘’ 등과 함께 출연한 영화 <이지 버츄>다. 이 작품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급성장한 그는 같은 해 <나니아 연대가 : 캐스피언의 왕자>에 연이어 캐스팅 되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등극했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10대 시절에 읽었다는 벤 반스는 "당시 선생님들은 이 책이 진보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고, 흥미롭고, 충격적이라고 소개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그 책 속의 주인공 ‘도리안 그레이’가 내가 될 줄이야..."라며 이 역을 맡은 건 내게 엄청난 도전이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신났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촬영을 하면서 "어두운 장면들을 연기하는 게 좋았다"는 그는 "46세의 도리안을 연기하는 부분이 대단히 즐거웠다. 외모는 젊을 때와 똑같은데 그를 더 늙어 보이게 하고, 살아온 흔적들을 드러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노인 분장을 한 다른 인물들, 그 중에서도 특히 콜린 퍼스가 날 대하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내가 젊고 약할 때, 콜린 퍼스는 세트 장에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70세의 노인 분장을 한 그는 완전히 달라진다. 여전히 젊고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내게 보이는 반응들은 대단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성병에 걸린 죄 많은 남자의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인공 삽입물을 넣는 등의 특수분장은 3시간이나 걸렸다. 제작자도 못 알아봤고 조감독은 아예 내 눈도 쳐다보지 못했지만 그는 "돌연변이가 된 기분이라서 그 순간을 즐겼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콜린 퍼스는 "정말 멋진 배우"라고 추켜세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웠고, 그는 정말 멋진 배우다. 위트가 넘치고 재미있고 밝고,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올리버 파커 감독은 영화촬영내내 반은 감독역할을 반은 보모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어떻게 실감나게 표현할지 모르겠을때'도 파커감독은 촬영 도중 내게 다가와 조언을 해주고, 스스로 연기를 해 보이곤 했다.
"파커감독이 보여 주는 연기가 매우 큰 도움이 됐어요. 아무리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해도 화면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모니터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해야 합니다. 내 연기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니까요.”
악마와 거래를 시작한‘벤 반스'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영화 '도리안 그레이'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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