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치권은 총수일가 등 지배주주가 부당한 활동을 통해 높은 보상을 취할 수 있는 구조적 유인을 규제하기 위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을 앞두고 있다.
신규 순환 출자 금지는 향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감소 없는 대규모 기업 인수·편법적 경영권 세습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존출자는 자발적 해소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할 경우에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능력을 고려해 주가는 폭락하고 해외 인수합병(M&A)이 들어오는 등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례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따라서 공정위는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기존 순환출자에 자발적·점진적 해소 유도를 위한 공시의무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순환출자는 실질적 자본투자 없이 지배력을 확장하는 가장 악성의 계열사 간 출자 유형으로 지적돼 왔다.
새 정부도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출자 간 규제를 놓고 신규순환출자 금지만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기존출자도 해소해야한다는 일부 정무위원회 의원들 및 학자들의 주장도 6월 국회를 앞두고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기업부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한다는 논리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해 현행 소유구조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을 우선해야한다는 뜻에서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를 위한 추가 출자는 신규출자로 간주해 금지하자는 방안이다. 아울러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제도 등을 활용해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되, 해소범위는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판단하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공시제도는 순환출자 중인 15개 대기업집단 총수의 3~4세에 대한 상속과정에 편법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갖고 있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상장사는 계열사 간 모든 거래 금액을 공시하는 방향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총수의 친족·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자금 거래 내역 등 개인별 공시하는 구체화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공시제도 등 자발적 해소가 투명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최근 공정위가 4대그룹에 대한 내부거래 공시를 점검한 바, 현행 공시의무 조차 위반한 사례가 29건에 달했기 때문.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조건이 새로운 돈이 들어가지 않고는 안 된다”며 “돈이 보통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고, 해소하라고 법으로 명령했을 때 그 돈은 기업 오너가 대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오너들의 재산을 보면 주식과 부동산 등인데, 오너는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므로 주식을 못한다”면서 “그러면 부동산, 그림 정도인데 그것을 팔아서 순환출자를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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