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5% 급증하는 등 제조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은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들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전자부문 계열사들은 앞선 기술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맏형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85조93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62조581억원보다 28.5%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중국에서 부동의 1위로 올라섰으며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사업도 현지 업체들의 텃세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다른 전자부문 계열사들도 힘을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중국에서 4조454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1896억원으로 전년의 930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SDI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3조8373억원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분리된 삼성디스플레이도 10조4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은 중국 서부지역의 거점도시인 산시성 시안에 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부문의 경우 중국 시장 내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삼성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중국법인인 중항삼성은 지난해 1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폭도 전년의 140억원보다 13% 늘었다.
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주는 해약환급금은 17억원으로 전년의 8억원보다 2배 가량 급증했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해지되는 계약이 늘면서 수입보험료도 575억원에서 477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중국법인의 경우 현재 투자를 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 어렵다”며 “1년에 한 번씩 지점을 늘리고 있어 투자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도 흑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삼성화재의 중국법인인 삼성재산보험은 지난해 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116억원보다 28% 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건희 회장은 “왜 금융 계열사 중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탄생하지 않느냐”며 수차례 질책한 바 있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중국 등 해외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 왔지만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 경영진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며 “그룹 수뇌부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금융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제조업처럼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