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 기업인 명단 발표로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정점에 있는 정부도 대대적인 기업 조사를 조만간 행동에 옮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김승연·최태원 회장 등이 불법 혐의로 투옥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가 금융정보원(FIU)의 제보를 받아 CJ에 대한 비자금 관련 수사를 진행중인 가운데 이재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법적 구속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통해 공개된 한국 기업인 명단에 대한 조사에 대한 여론이 높은 상황인데다가 또 다른 기업의 불법 혐의 폭로도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관심은 정부가 그 시기를 언제로 결정하겠느냐는 것이다. 재계의 희망과 달리 시기가 상당 부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 발 뒤로 물러서 관망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도 사정의 칼을 서둘러 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은 국세청을 통한 의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등을 통한 계좌 추적과 검찰 수사 등이다. 어떤 조사라도 일단 대상에 오른다면 불법 여부와 상관 없이 해당 기업이 입을 상처는 크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관 업무팀을 보강해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돌아가는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는 한편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되도록 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이제 조금씩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외부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경제민주화에 이어 창조경제까지 정부 정책기조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이 처럼 사정(司正)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기운이 빠지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정부 조사가 시작 후 오너의 이름이 명단에 포함 될 경우 불법이나 탈세를 위한 목적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기업 이미지 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자체 조사결과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혹시라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 회사 이름이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오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7일까지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이수영 OCI 회장을 비롯해 조욱래 DSDL 회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인 이영학씨,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역사의 황용득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부회장,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등 대기업 오너와 그 일가, 또 계열사 사장 등이 포함됐다.
뉴스타파는 이들 외에도 233명의 명단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으며, 명단은 추가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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