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 1년 성적표…경제지주 '낙제' Vs 금융지주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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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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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5곳 中 1곳 자본 잠식…금융지주 은행이자도 못 벌어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놓은 농협을 개혁하기 위해 신용ㆍ경제 부문 분리를 단행한 지 1년여가 흘렀으나 여전한 방만 경영 탓에 되레 부실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신경분리 첫해인 2012년 계열사 5곳 가운데 1곳 꼴로 자본잠식을 기록, 실적이 뒷걸음질을 치는 악순환에 빠졌다. 농협금융지주 또한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은행이자에도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 농협중앙회나 지역농협 출신 간부가 경제ㆍ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이중으로 연봉을 챙기는 구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 경제지주 부실자산 10% 상회

29일 농협경제지주가 금융감독원ㆍ공정거래위원회에 전일 제출한 기업집단현황을 보면 지주와 전체 자회사를 합한 19개사 가운데 21.05%에 해당하는 4개사가 2012년 말 자본잠식을 기록했다.

농협경제지주 자산총계(3조8549억원) 가운데 자본잠식 계열사 총자산(3917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시기 10%를 넘어섰다.

자본잠식 계열사별로는 농협목우촌(1830억원), 농협한삼인(1648억원), 농협대전유통(376억원), 농협티엠알(64억원) 순으로 자산총계가 컸다.

수익성 또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자산을 기준으로 농협경제지주 양대 계열사 가운데 남해화학은 2012년 순손실 24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농협사료 또한 순이익이 250억원을 밑돌면서 1년 만에 5% 가까이 줄었다.

◆ "경쟁사에 예금하는 편이 낫겠네"

농협금융지주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성이 외부 시중은행에 예금하는 것에도 못 미친다.

농협금융지주와 14개 자회사는 2012년치 순이익(5986억원)을 자본총계(35조2404억원)로 나눈 ROE가 1.70%로 기준금리조차 밑돌았다.

농협금융지주 자산총계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하는 농협은행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이 2012년 1조5000억원 내외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농협은행은 5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이에 비해 영업기반을 가늠할 수 있는 자산총계는 3개 은행이 모두 200조원 안팎으로 비슷했다.

◆ 임원 3명 中 1명 '이중연봉'

농협경제ㆍ금융지주에 속한 사내ㆍ외 등기임원 수는 2012년 말 모두 294명으로 이 가운데 32.31%에 해당하는 95명이 농협중앙회나 지역농협 간부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필요한 보직을 축소해 비용을 줄여야 할 상황에 이중으로 연봉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부문인 농협경제지주와 남해화학, 농협충북유통, NH무역, 농협한삼인, 농협흙사랑, 농협티엠알, 농협경제연구소는 사외이사뿐 아니라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 자리에도 농협중앙회나 지역농협 간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 부문 또한 NH농협캐피탈에서 같은 사례가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 개혁이 제대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인적 청산이 시급하다"며 "막강한 영향력을 쥔 중앙회 간부에 대한 겸직 배제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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