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매년 반복되는 이 같은 전력난에 전력수급을 총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특히 산업부 내 전력수급 주무차관들은 이러한 전력수급 비상사태에 좌불안석이다. 자칫 정전대란(블랙아웃)이라도 발생하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정전대란으로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제2차관을 맡고 있던 김정관 차관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차관은 당시 "정전대란 발생 이후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책임을 지고 그만두겠다"고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같은 해 5월 17일 내정된 지 불과 6개월 만의 교체다.
당시 지경부는 정전대란 사태가 전력수급 예측 실패와 관계당국의 총체적 대응 부실 때문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지경부 수장을 맡고 있던 최중경 장관이 정전사고 당일 저녁 대국민사과문을 내놓아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결국 최 전 장관은 정전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고, 사퇴압력을 받아온 김 차관 또한 사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 차관의 후임으로 바통을 건네받은 조석 전 지경부 차관도 2011년 12월 6일 취임 직후부터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이듬해 2월 '55년 만의 한파'가 몰아치면서 난방 전력수요가 급증해 국내 최대 전력수요 기록이 또 다시 경신됐기 때문이다.
당시 조 차관은 전력당국과 대형 산업체의 조업시간을 분산시키며 종일 전력수요 관리에 진땀을 빼며 블랙아웃 위기를 넘겼다. 여기에 2012년은 원전 관리직원들의 비리에서부터 위조 인증서 부품 사용 등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한 해였다.
2012년 2월 발생한 고리 1호기의 정전 은폐사건으로 시작해 6월 고리ㆍ영광 원전의 부품 납품비리, 11월 영광 5ㆍ6호기, 울진 3ㆍ4호기, 신고리 3ㆍ4호기 등에서의 위조 인증서 부품 사용 적발 등 셀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도 조 차관은 홍석우 전 지경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초고강도 동계 전력수급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자리를 지켰다.
올해도 잇따른 원전 가동 중단과 더불어 때 이른 무더위, 밀양 송전탑 문제 등 벌써부터 전력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한진현 산업부 제2차관은 29일부터 9월 말까지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해 전력수급 비상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정비 중인 원전은 재가동을 차질없이 준비하고 건설 중인 발전소 준공 일정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또 산업체를 중심으로 휴가 분산, 조업 조정 등을 강력히 시행하고, 에너지 과소비 단속도 강화하는 등 분주한 활동에 나섰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전력수급은 산업체를 비롯해 국민 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에 이를 관리하는 산업부 내 주무차관들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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