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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지난 2010년 1월 아이스테이션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신제품 'T9HD' 출시 기자간담회. 한 스포츠지 기자는 간담회 후반부에 어렵게 운을 떼며 경영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T9HD가 여러 기능이 개선된 PMP라는 것은 알겠는데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스마트폰을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은 과연 무엇입니까. 디바이스에 밝지는 않지만 스마트폰을 대체할 필요성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요."
조용하던 장내는 갑자기 웅성거렸다. 이에 회사측 관계자는 "분명히 스마트폰보다 우위를 점하는 기능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 교육용 콘텐츠를 겨냥한 학습용 PMP라는 점에서 차별화될 겁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대다수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찜찜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말지 수십만원을 들여 고가의 PMP를 굳이 따로 구매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후 3년 뒤인 2013년 4월 업계 1위로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됐던 아이스테이션이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사실 IT업계에서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지난해 아이스테이션은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됐으며, 2009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실적이 급락하면서 경영 악화의 길을 걸어 왔다.
아이스테이션은 2000년 중반 이후 PMP업계 1위 자리를 지킨 IT기업이다. 한때 매출 600억원을 올리는 등 유망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리버, 코원 등 IT기기 분야에서 벤처 신화를 써내려간 주인공들도 최근 궁여지책으로 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의 변신은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에까지 진출할 정도로 눈물겹다. 한때 MP3플레이어 등으로 중·고생들의 졸업·입학 선물 1위 자리를 꿰찼던 업체들이라 격세지감이 더하다.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등 내비게이션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업체들도 스마트폰이 내비게이션 시장을 잠식하면서 블랙박스 사업을 확장하는 우회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스마트폰의 진화는 멈출 줄 모른다. 지난 4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S4에는 최초로 온·습도 센서가 탑재됐다. 스마트폰 하단의 작은 구멍을 통해 주변환경의 온도와 습도를 파악해 주변환경의 쾌적도를 보여주는 데 활용된다. 또 동작인식을 넘어선 안구인식 기술로 한 단계 진화된 스마트폰이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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