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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20년 기적의 성공신화 썼다> "양보다 질"…글로벌 1위 DNA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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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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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2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품질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길에 오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서울에서 보내온 영상물 한 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삼성 사내방송인 SBC가 제작한 이 영상물에는 삼성전자 세탁기 조립라인의 직원들이 세탁기 덮개의 부품이 규격에 맞지 않아 닫히지 않자 그 자리에서 칼로 부품을 깎아낸 후 조립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해 초부터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시작으로 전세계 판매법인과 생산라인을 돌며 품질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이 회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침내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임원과 현지 주재원 등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신경영을 선언한다.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잘 해봐야 1.5류에 머물 것”이라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과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외형을 중시하는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브랜드 가치 기준 세계 9위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휴대폰과 반도체, 가전제품, 중공업, 건설 등 각 분야에서 ‘월드 베스트’ 반열에 오르게 됐다.

◆ 매출 13배·시총 44배…글로벌 리더로 우뚝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뒤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 회장은 “질을 위해서라면 양을 희생해도 좋고 공장이라 라인의 생산을 중단해도 좋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생산라인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하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했으며 선진품질 달성 3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오래 된 관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 회장은 초강수를 뒀다.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공장 내의 운동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휴대폰과 무선전화기 등 10만대 가량의 제품이 산산조각이 난 채로 불구덩이 속에 던져졌다.

이른바 삼성의 ‘휴대폰 화형식’이다. 이날 폐기된 제품은 500억원 상당으로 당시 삼성전자 총이익의 5%에 달했다. 이를 통해 품질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비장한 각오가 조직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신경영 첫 해인 1993년 29조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말 380조원으로 13배 늘었다. 이익은 8000억원에서 39조원으로 49배 급증했으며 수출 규모도 107억 달러에서 1572억 달러로 증가했다.

임직원 수는 14만명에서 42만명으로 확대됐다. 시가총액은 7조6000억원에서 338조원으로 44배 뛰었다. 지난 20년간 삼성이 이뤄낸 성과다.

◆ 인재의 질·경영의 질도 업그레이드

이 회장이 강조했던 질 위주의 경영이란 단순히 품질 향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재와 경영의 질을 높여 고객을 만족시키고 직원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이익 증가와 경영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삼성은 인재의 질을 높이기 위해 1993년 하반기 공채부터 전형 방식을 전격 변경했다. 필기시험에서 전공시험을 폐지하고 전산 기초지식과 상식, 영어 듣기 시험을 도입했다.

1995년에는 학력 제한 철폐를 포함한 열린 인사 개혁 조치를 발표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또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하기 시작했으며 여성 인력 비중도 높여 나갔다.

삼성의 인재 제일 경영은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통섭형 인재 육성을 위해 인문계 전공자를 엔지니어로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기업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며 양질의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은 경영 손실”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은 경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밀어내기와 거품매출을 척결했다. 또 오전 7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을 골자로 하는 ‘7·4’ 제도를 도입했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고 임직원의 자기 계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만 생각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신경영 출범 20주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시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이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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