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을 실천해 신뢰 있는 정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며 공약가계부 발표와 동시에 일부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34조8000억원이라는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원조달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다.
현 부총리는 "향후 국정과제를 실천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인도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약가계부 이행에 있어서도 각 부처 역할과 협조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가계부만 놓고 보면 역대 정부에 비해 공약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당초 박 대통령이 내세운 '증세 없는 재원 마련'도 이번 공약가계부에 포함됐다.
정부에서도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확충 방안을 강조하며 공약가계부의 의의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공약가계부가 발표되면서 각종 정책 사업 예산배정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불만을 표시하고 나선 곳은 정치권이다. 지역사업 추진을 약속한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당장 지역 공약사업으로 추진되는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제동이 걸릴 공산이 커졌다. 지역 SOC 사업 가운데 아직 추진되지 않은 신규 사업은 정부가 공약가계부에서 밝힌 것과 같이 재점검 대상이다. 예산이 줄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정부는 SOC 사업 중 대선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 사업 등 10가지를 제외하고 지역 SOC 사업을 공약가계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공약가계부를 작성하면서 기존 SOC 예산을 11조6000억원 깎았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회의원들이 지역 핵심 사업이 어려워지자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다.
세입확충 계획으로 내세운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실천 의지를 보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4조8000억원 가운데 36%에 해당하는 48조원을 국세수입으로 조달하겠다는 정부 의도가 하반기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일부 경제전문가들 역시 공약가계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기에 포함된 세입확충, 세출절감 방안은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에서 한 해 세수 부족분을 그 다음에 충당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다"며 "세출 구조조정 역시 대략 윤곽이 잡혔지만 세입확충 등 재원 마련안은 아직도 구체성이 적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약가계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기획재정부는 후속조치 계획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이 되는 SOC와 지역공약 사업 축소에 대한 해명과 함께 공약가계부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방문규 예산실장은 "지역공약 추진에 대해 공약가계부와 별도로 지자체와 협의해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며 "SOC 신규 사업을 중단한다는 일부 매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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