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규제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자칫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기업을 압박하기만 할 게 아니라 재계와 손잡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지원방안을 수립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 및 인력 부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지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초 잇따라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이후 경기도 기흥과 화성에 위치한 모든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기흥·화성단지 총괄조직을 신설했다. 또 배관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배관 관리 전문조직을 구성키로 했다. 협력사와 공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도 조직해 운영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16개 계열사를 통해 위험물질 관리·공정 및 설비 안전관리 등 환경안전 경력사원 150명을 채용키로 했다. 또 경력사원 공채와 별도로 환경안전분야 전공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150명을 추가 채용키로 했다.
LG전자는 환경안전 관리 강화에 오는 2015년까지 1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폐수처리장 악취 저감시설 등 환경 시설물을 개선하고 노후화 설비는 수리 및 교체키로 했다. 또 위험·유독물질 발제장비, 보호장비 및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시설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환경안전분야 전문인력도 대거 확충한다. 이미 본사를 비롯해 평택, 구미, 청주 등 사업장에서 근무할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은 "환경안전분야 투자 및 인력을 늘려 사전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환경경영의 객관성 확보 △협력사의 역량 강화 지원 △환경경영시스템 개선을 골자로 하는 환경안전종합대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외부 평가를 받기 위한 '환경경영자문위원회' 구성, 협력사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환경협의회' 운영, 환경안전 내부 점검을 위한 '환경안전보건 경영위원회' 개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 재계 인사는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재계에서도 안전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비용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은 전문인력 양성 등의 규제를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취약점을 보완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과 인력교육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과 관련된 하위 법령을 만들 때 기업의 입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의 입장을 감안해 환경 관련 법안이 현실적으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며 "정부는 노후시설 교체 등 개선수칙을 만들 때 경제계와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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