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자로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특허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노바티스의 글리벡은 연 매출액만 10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국내 백혈병 치료제 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10여년 간 '백혈병 치료제=글리벡'이라는 공식이 성립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 백혈병은 매년 인구 10만명 당 13명이 새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에는 일부 기업의 연구소 직원들에게서 발병하며 사회적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다른 암과 달리 성인 뿐 아니라 소아에게도 발병하기 때문에 업계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각종 연구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노바티스가 글리벡을 통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1000억원이다. 이 중 95%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노바티스는 건강보험을 통해 95%의 약값을 보장받는 환자들에게 지원 프로그램 일환으로 나머지 5%도 대신 부담하고 있다. 사실상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온 셈이다.
하지만 최근 노바티스는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 출시와 함께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동일성분 제네릭이 대거 출시되는 데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덕부분에 인도적 차원에서 노바티스와 마찬가지로 5%의 지원을 이어가느냐, 경제적인 부문만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느냐를 두고 고심해 온 제네릭 개발 제약사로서는 커다란 고민거리 하나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시장 확대를 위한 약가 경쟁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CJ제일제당의 케어벡100mg과 부광약품의 프리벡 100mg도 각각 4916원과 5656원에 보험등재를 마쳤다. 이들 제품의 약가는 기존 글리벡 100mg의 17~23%에 불과하다.
특허만료와 함께 오리지널 제제인 글리벡의 약가는 기존가격의 70%로 떨어졌다. 제네릭의 경우 혁신형 제약사는 68%, 나머지 제약사는 59.5%의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3일자로 글리벡 100mg의 보험약가는 1만 4879원, 혁신형 제약사는 1만 4471원, 일반 제약사의 제네릭은 1만 2662원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앞장 서서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시장 경쟁에 불을 지피며 치열한 경쟁구도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 글리벡에는 없는 400mg 고용량 제품을 출시하는 제약사들은 100mg 제품 4정을 매일 복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강점을 앞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양약품의 슈펙트의 경우 지난해 6월 일찌감치 글리벡의 절반 수준에서 당국과 약가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대웅제약과 국내 판매계약을 체결하며 영업 마케팅 부문을 강화하는 등 빠른 시일 내에 글리벡의 대항마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마다 특장점을 살린 제네릭 제품으로 글리벡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같은 일반 용량은 가격차가 2% 수준 밖에 안되고, 가격 경쟁으로 인해 전체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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