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환한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21세기의 두번째 10년이 시작되던 지난 2011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지금부터의 10년은 100년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며 삼성은 21세기를 주도하며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기업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숨가쁘게 달려온 삼성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의 신년사에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 기업을 뒤쫓던 입장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모한 데 대한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묻어난다. 앞으로의 10년을 도전의 시기로 규정한 데서 잘 드러난다.
이 회장은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업과 제품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망 기술을 찾아야 하며(초일류),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한다(창의)”고 주문했다.
또 “경쟁력의 바탕인 협력업체가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기업이 돼야 한다(상생)”고 덧붙였다.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년이 지난 올해, 이 회장이 100일 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지난 4월 귀국하자 제2의 신경영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00년 기업을 향한 삼성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세계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의 미래 키워드는 초일류·창의·상생이다.
◆ 초일류 기업을 향한 미래 수익원 창출
이 회장은 “초일류 기업은 후세에 남겨 줄 지고의 가치이자 목표”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초일류를 향한 삼성의 집념은 1993년 이후 현재까지 매출 13배, 이익 49배, 시가총액 44배의 성장을 이뤄내며 스마트폰과 D램 반도체, TV, 모니터 등 19개 품목을 월드 베스트 반열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삼성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며 태양전지·자동차용 배터리·LED·바이오제약·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23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10조원의 매출을 추가하고 1만명 이상을 추가 고용할 방침이다.
경제여건 변화 등으로 일부 사업의 경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사업 등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2월 노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을 만나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와 면담을 갖고 OLED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신수종 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창의적 기업문화·인재로 창조경제 활성화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는 삼성의 오래 된 전통이다. 삼성 창립자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은 ‘의심가는 사람에게는 일을 맡기지 말고, 일단 일을 맡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疑人不用, 用人不疑)’는 중국의 고사를 인사 원칙으로 활용했다.
이 회장은 이를 계승 및 발전시켜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들을 대거 발탁해 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인재들은 삼성이 이룬 성공 신화의 주역들이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삼성은 창조경제 실현을 이끌 통섭형 인재 육성을 위해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라는 제도를 통해 내년부터 1000명 이상의 통섭형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와 함께 삼성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고 향후 5년간 5만명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성장과 국가 경제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려는 삼성의 노력에 각계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 더불어 발전하는 사회를 이끈다
삼성은 이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88년 중소기업과의 공존공생을 선언하고 자체 생산하던 부품 중 352개 품목을 선정해 중소기업이 납품할 수 있도록 해 큰 화제가 됐다.
삼성은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 오는 2015년까지 50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동반성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최근 수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가 와해된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저소득층 교육 지원 사업 등 삼성이 추진 중인 사회공헌 활동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기업도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이 회장의 말처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삼성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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