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은행과 연구소를 제외한 35개 비은행 자회사 가운데 계열은행 부행장(보) 출신의 최고경영자(CEO)가 재직 중인 곳은 22곳(63%)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은행 부행장 출신이 독식하고 있는 계열사 CEO 인사에 대해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7개 비은행 자회사 CEO 중 6명(86%)이 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선임 비율이 가장 높았다. 나머지 지주사별 부행장 출신 CEO 선임 비율은 KB금융(67%), 우리금융(56%), 신한금융(50%) 순이었다.
금융지주사에는 주력 자회사인 은행 부행장에게 비은행 자회사 수장을 맡기는 인사가 관행화돼 있다. 실제로 현재 4대 은행 은행장 중 계열사 사장 출신도 상당수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신한생명 사장을 지냈으며,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하나캐피탈 사장을 거쳐 은행장에 올랐다.
보험사와 카드사, 증권사 등 대표적인 비은행 자회사 CEO의 면면을 보면 이 같은 부행장 출신 계열사 사장은 더욱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카드사의 경우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정현진 우리카드 사장,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등 4명 모두 계열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부행장 출신 보험사 CEO는 김태오 하나생명 사장,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등으로 김석남 KB생명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다.
은행계 증권사 CEO는 대부분 해당 분야 전문가로,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유일한 부행장 출신 대표다.
지주사의 이 같은 인사 관행은 수십년간 한 회사에 몸담은 내부 출신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 단행된 금융지주들의 계열사 CEO 인사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들의 회전문 인사에 대해 경고한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총을 받고 있다.
신 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금융지주 자회사 CEO를 은행 출신이 독차지하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며 계열은행 부행장들의 자회사 CEO 독식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따라서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도 자회사 CEO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전문가 출신인 은행 부행장 임명과 관련해 계열사 노동조합과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신한카드 노조는 지난달 23일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위성호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신임 부사장으로 선임되자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도, 자회사도 은행 부행장이 자회사 CEO를 맡는 데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낙하산 인사 관행이 고착화됐다"며 "부행장들을 마구잡이로 내려 보내기보다는 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해당 계열사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인물을 중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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