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허희만 기자=충청남도 최남단에 위치한 서천군. 백제의 군사 경제적 요충지였던 기벌포(장항의 옛 지명) 문화권으로 약 1500년이 흐른 지금에도 당시 향기가 물씬 풍긴다.
현대 후손들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유산의 가치는 한층 더 높이는데 행정도 힘을 보탠다. 민선 5기 군정비전으로 내세운 '어메니티(amenity) 서천'이 대표적이다. 생태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서천군 나소열(54) 군수를 만났다.
지역발전의 중장기 동력으로 환경자원을 꼽은 나 군수는 "농·산·어촌 체험마을 조성과 쾌적한 복지정책 추진으로 전국 최고의 복지메카로 거듭났다"며 "더 나은 정주여건을 제공하는 문화·교육·복지 요람인 '봄의 마을'과 한산모시와 소곡주의 명품화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나 군수가 정의하는 '어메니티 서천'은 단순히 자연환경 보존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복지, 문화, 공생, 산업,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쾌적함이란 의미를 부여해 내생·내발적 풍요로움을 이끈다. 이제 첫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덧붙였다.
서천군은 지속가능한 발전 실현 차원에서 정부의 대안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이하 장항산단) 등이 대표적이다.
기후 및 생태계 변화 연구와 전시를 목적으로 한 환경부의 국립생태원 건립사업은 올해 10월 개원을 앞뒀다. 마서면 도삼리 일원 99만8000㎡ 부지에 340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복합공간으로 지어진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장항읍 송림리 등 3개 마을에 걸쳐 건립된다. 토목·조경은 마무리돼 현재 80% 가량 공정율을 보인다.
나 군수는 "두 곳이 문을 열면 전국에서 매년 약 150만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500여명 석·박사급 연구·행정인력이 상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군의 대외적인 성장을 이끄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장항산단은 2007년 6만여 군민이 단식과 대규모 상경집회를 통해 일궈낸 구슬땀의 결실이다. 정부 6개 부처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275만여㎡ 면적에 4400억여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8년도 준공을 목표로 생명과학기술, 청정첨단지식기술, 수송산업, 지역친화형 산업클러스터 등 미래 산업군을 유치할 계획이다.
나 군수는 "그간 수차례 위기에 직면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군민의 염원인 만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2011년도 12월 보상계획 공고 이후 토지협의 보상이 70% 가량 원만하게 진척되고 있다"며 "사업이 완료되면 직접고용 1만여명, 상주 1만400여명 등 5만여명의 인구 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서천군은 군정 업무에서 복지정책의 비중을 높게 뒀다. 2003년부터 노인, 저소득층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차츰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 보건복지부 복지정책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 5년 연속 최우수 및 우수기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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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수는 "2004년을 기점으로 노인·장애인복지관, 노인요양병원 등을 설치하고 2011년엔 고령자용 국민임대주택를 선보였다"며 "또 10개 읍·면에서 농한기 5개월간 운영 중인 노인건강교실을 비롯한 각종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은 하루 평균 10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차상위 계층과 탈빈곤층 지원을 위한 전담인력 배치하고 통합관리를 벌인다.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외감 해소를 도와 건강한 노후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복지의 질적 수준은 재정력이 아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나 군수의 생각이다.
나 군수는 평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명문고 육성을 위한 맞춤형 인재스쿨(군종합교육센터 내)이 2008년 이후 도입 ·운영 중이다. 진학과 함께 수도권 등지로 빠져나가는 인재 유출을 막는데 기여했다.
교육격차 해소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사교육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지역특성을 고려해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지원, 국제체험 프로그램, 영어캠프 내실화 등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에 앞장선다.
"쌀 품질의 고급화와 안전성 확보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친환경 쌀 생산단지 600㏊를 만들었고 1000㏊ 확대 달성을 이룰 것입니다. 양적 팽창과 더불어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을 공급하고자 품질 관리에 절대 소홀하지 않도록 주문하겠습니다."
나 군수는 FTA(자유무역협정) 등 수입개방의 파고 속에서 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데 주력한다. 서천은 쌀이 농업소득의 65% 수준을 상회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작목 중 하나다. 금강하구의 충적토와 간척지로 이뤄진 현지 농경지는 기름진 옥토다.
서천을 대표하는 농산물 공동브랜드 가운데 서래야 쌀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육묘에서 수확까지 재배 과정에 작목반별 재배 매뉴얼을 준수토록 철저한 사전교육과 지도를 지속적으로 벌인다. 농장부터 식탁에 이르는 5단계 안전망을 구축하고 관리해 소비자의 신뢰를 다졌다.
2013년을 민선5기 희망과 도약의 4년차로 정한 나 군수는 "생태관광 메카, 생태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소득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서천군이란 지명이 탄생한 지 6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더 큰 서천'으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군수는 서천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낸 그야말로 진짜 토박이다. 공주사대부고를 나와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후보생 79기로 공군중위로 임관, 공군사관학교 교수로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1990년 민주당 기획조정실 전문위원(공채 1기)로 정치에 본격 입문, 15·16대 국회의원 선거 때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2001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무보좌역을 거쳐 2002년 민선3기 서천군수에 당선, 내리 3선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leehs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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