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지도 VS 담합' 정부 내 엇갈린 잣대?…담합꾼의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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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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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지도와 담합의 성립관계…개별적·별도 합의 차이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굵직한 담합 사건 때마다 관련 업계는 가격 조정에 행정기관의 '행정지도'가 개입됐다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지도에 따른 가격 인상률 공동 결정을 놓고 ‘공동대처와 담합’이라는 정부 내 엇갈린 잣대는 늘 잡음 처럼 따라다닌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분야의 사업자를 불러 모아 가격 인상률에 대해 제시한 가이드라인만 적법할 뿐 행정지도를 빌미로 업자 간 따로 모여 합의했다면 처벌 대상에서 피할수 없게 된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사업자들에게 가격 인상률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경우 사업자간 합의 없이 개별적으로 따랐다면 가격인상률이 일치해도 재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행정지도를 빌미로 인상률, 가격 등에 대해 합의한 사안은 담합으로 간주된다.

행정기관의 가이드라인 제시에 따른 공동대처와 담합의 성립은 최근 공정위가 제재한 국제종합기계·LS엠트론·대동공업·동양물산 등 농기계 가격 담합 사건에서 볼 수 있다.

최근 공정위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 가격을 담합한 5개 농기계 제조·판매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234억6000만원의 처벌을 의결한 바 있다.

이를 놓고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인상률을 공동 결정했다는 업계의 하소연이 흘러나왔다. 농식품부도 행정지도에 따라 가격을 올렸다며 농기계 업계 편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농기계 가격은 2010년까지 정부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정부 통제 아래 운영돼 왔다. 그러나 2002년 1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가격신고 전 각사의 영업본부장 모임과 실무자 간 연락을 통해 가격인상 등과 관련한 정보 교환 및 사전 합의하는 꼼수를 부려 덜미가 잡혔다.

이는 사업자들이 행정지도를 기화로 별도의 합의를 한 사례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굵직한 담합 혐의 사건 때마다 각 업계는 가격 조정에 당국의 행정지도가 개입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때문에 행정지도와 담합의 성립은 늘 부처 간 대립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업체들의 '담합꾼' 비난은 당국의 행정지도를 핑계로 삼고 있지만 법령에 정해진 가격인가권이 아니면 처벌은 예외없다는 게 행정지도와 담합의 성립관계다.

심사지침상의 처리방침을 보면 행정기관이 기업에게 행정지도를 한 경우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행위 하면 ‘적법’, 행정지도를 빌미로 기업들 끼리 별도 합의하면 ‘위법’이 된다.

그동안 행정지도를 빌미로 적발된 짬짜미 사례는 2005년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시내전화사업자의 담합 건, 2007년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설탕제조판매업자의 담합 건, 2007년 10개 손해보험사들의 담합 건, 2008년 13개 생명보험사들의 담합 건, 9개 생명보험사들의 담합 건 등이 대표적이다.

신동권 카르텔조사국장은 “농기계 가격 담합 사건과 같이 공정위가 제재한 사건들은 행정기관이 담합을 유도하기 보단 행정지도를 빌미로 사전 혹은 사후에 사업자들 간 별도 합의한 사건이 대부분”이라며 “다만, 행정지도가 담합행위를 촉발한 계기가 된 경우에는 과징금을 2차 조정 시 20% 감경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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