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유통업과 관련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를 시작으로 갑을관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발의한 법안은 을에 해당하는 상대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게 공통 취지다. 하지만 모든 거래관계를 갑을로 나눌 수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올해 초 강화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사정은 나아진 것이 없고, 되레 대형마트에 입점한 또 다른 약자들인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도산 위기를 맞았다. 을과 을 간의 분쟁을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한 중소 협력사 대표는 "대형마트 휴일로 일이 없어 직원을 16명에서 8명으로 줄였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인력을 더 줄일 수밖에 없고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무슨 일만 터지면 논의 없이 남양유업 방지법·CU사태 방지법 등 일단 법안부터 발의하고 본다. 명확한 근거 없이 그저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기업을 범죄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꼴이다.
남양유업 막말 파문·편의점 가맹점주 자살 등으로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갑을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단순히 원포인트식 덧대기 법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 심도있는 논의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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