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특파원 칼럼> 아버지의 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6-16 17:3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미국이 일요일인 16일(현지시간) 아버지의 날을 맞았다. 5월의 둘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 6월의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아버지 역할은 한국에서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경제적인 뒷받침은 물론이고 일이 끝나면 집에 일찍 들어와 부인과 함께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부인이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요즘 한국도 바람직한 아버지 모습이 많이 서구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미국의 아버지들은 빠르면 3~4시, 늦어도 6시 이전에 퇴근해서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온다.

누구 하나 ‘오늘 저녁 좋은 일 없을까?’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다들 안 그러기 때문에 혹시나 집에 안 들어가려는 사람은 갈 데도 없을 뿐더러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미국의 아버지 상은 ‘슈퍼 대디’인가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낮에 돈 벌고 저녁 때 아이들도 돌봐야 하는 역할이라면 거의 하루 종일 자기 시간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스스로 “그렇다”고 푸념하지만, 여성들은 “당연한 일을 하면서 생색 좀 내지 마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어느 사회고 ‘남·녀간 성별에 따른 공통적 차이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은 어머니가 지게 마련이다. 미국도 요리를 좋아하는 극히(!) 일부 아버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머니가 요리를 한다. 미국 저녁 요리라고 해 봐야 한국 요리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피자나 닭요리 음식으로 때울 때도 물론 많다. 그래도 빨래하고 아이들을 섬세하게 챙기는 것은 역시 미국도 어머니 몫이다. 남성들이 결코 여성보다 잘 할 수 없는 점임은 분명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인들의 남편에 대한 기대도 갈수록 커져 미국 사회에서도 가사나 자녀 양육 분담을 놓고 부부 싸움을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이런 모습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정의 재정 상황이 나빠졌고 이로 인한 여유 부족으로 가정불화가 심각해져 이혼까지 가는 부부들도 주변에서 꽤 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버지의 날을 맞아 한 연설에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책임감, 진실성, 열정 등에서 어머니와 함께 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자신이 한 살 때 케냐 출신의 친부가 교통사고로 작고했던 오바마는 아버지의 정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사회 운동가 빌 코스비가 수년 전 “흑인 아버지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큰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평균적으로 아버지 역할이 가장 작다고 여겨지는 흑인 남성들에 대해 지적을 한 것이다. 이를 놓고 흑인 인권단체 등에서는 흑인인 코스비가 흑인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적·경제적 기반이 백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흑인들의 사회적 한계가 주 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어찌 됐든 미국에 사는 한인 아버지들 상황도 큰 차이가 없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모습을 보고 자랐으나, 자기가 아버지가 돼 게다가 미국에 오니 세상이 바뀌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PGA 프로골퍼 필 미켈슨이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 일 년에 수천만 달러를 버는 그는 지난 주 딸 졸업식에 수천 킬로미터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고, 3시간도 못 자고 PGA유에스오픈대회에 참석했다. 이게 바로 현대 아버지상이라고 남성들이 자조한다. 돈도 많이 벌고 남은 시간에는 가족을 챙겨야 한다고.

한편 가정적인 아버지들이 오히려 남성적인 매력이나 중장기적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고 최근 한 연구결과가 나와 많은 남자들이 화색이 된 적이 있다. 과학자들이 제발 이런 연구를 많이 발표해 주길 바라는 세상이 됐음은 분명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