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용민> |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문제의 원인이죠. 상위 기업들이 단가를 너무 후려치다보니 아래의 업체들은 떨어진 단가 때문에 좋지 않은 인력으로 팀을 구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과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증거를 제출해도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갑)-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을)-중소업체(병)-인력 파견업체(정) 등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이 여전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SW 개발자들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하며 혹사당하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하도급에 하도급이 이어지며 중간업체들이 개발자의 몫을 가져가다보니 개발 비용은 발주 시의 2분의 1~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개발자의 상당수는 말단 영세업체에 고용된다.
이러한 수직적 하도급 체계 속에서 업체들의 불법적 행위도 만연하고 있다.
매월 일정 시간의 야근시간만 할당해 그만큼만 인정하고 이외의 실제 근무한 시간은 입력을 못하게 해 증거 기록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하청 직원들에 대한 고압적인 태도와 폭언 등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업계의 관행이란 무언의 압박 속에 침묵하고 있고, 몇몇 피해자들이 기업의 불법적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국가기관에 요청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SW업계에서는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주최한 'IT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양모씨는 "연간 4000시간을 근무시키는 회사가 있지만 그걸 가만히 내버려두는 국가가 어디 있나"라며 "기업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인력 파견업체에서 가져가는 수수료의 현실화, 대기업 IT 계열사의 정규직 규모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갑의 입장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일의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며 "아무 때나 요구해서 빨리 빨리 해달라고 하면 그 서비스의 품질이 어떨지는 IT에서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의 발의를 준비 중이다.
장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발주자·도급·수급인·하수급인 등 하도급 관련 용어 정의 △하도급의 승인조항 삭제 △하도급 계약 체결 시 표준하도급계약서 작성 의무화 △수급인과 하수급인 간의 하도급 대금 지급 및 발주자와 하수급인 간의 직접 지급에 대한 사항 규정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IT 강국'이란 간판 뒤편에서 비현실적인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SW 개발자들의 근무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17일부터 4회에 걸쳐 게재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