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시간으로 17일까지 주말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케이틀린 헤이든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기습 제안에 대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발표내용이 있으면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 내 관계자들도 북한의 돌발 제안에 대해 의견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내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이 강조한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 유훈"이라는 부분은 미국으로서도 솔깃할 수 있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오바마 2기 정부에서 끊임 없이 주장해 온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와 '말이 아닌 행동'이라는 기본 원칙에 북한이 반응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줌왈트 동아태 부차관보가 지난 13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과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에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는 기존 합의를 기반으로 해서 북한과 대화하기를 강하게 원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하면서 "기존 합의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렇듯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표명을 통한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강조해왔다.
따라서 북한 핵실험과 무기 관련 문제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2·29 합의' 수준의 조치를 북한이 먼저 행동으로 옮겨야 미국도 북한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2·29 합의'에는 미국이 북한에 24만t 규모의 식량지원을 하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및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한 영변 핵 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두고 전면적인 태도 변화를 가지지 않은 이상 회담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번 회담 제의를 두고 북한의 제의가 실질적인 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정부 내 신중론이 지배적이라고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우리 정부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제의에 대한 3국의 입장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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