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론 레인져> 캐스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윌트디즈니 스튜디오 |
수사드라마 시리즈 <CSI 과학수사대>, 영화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을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주인공과의 만남은 짧지만 인상 깊었다. 영화 <나쁜 녀석들>(1995), 아마겟돈 (1998), <코요테 어글리>(2000), <블랙 호크다운>(2002), <내셔널 트레져> 1편(2004)과 2편(2007) 등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다소 흥분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는 먼저 오는 7월 4일 선보이게 될 조니 뎁, 아미 해머 주연의 영화 <론 레인저>에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브룩하이머를 만나기 전에 상영된 28분 길이의 푸티지(footage)를 보면, 관록이 조니 뎁은 악령 헌터 인디언으로 분했는데 평소 “나의 조상은 인디언이다”라고 말하곤 했던 게 빈말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듯 백인의 냄새를 완벽히 지웠고, 젊은 배우 아미 해머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주커버그에게 덤비던 지질함은 말끔히 사라지고 핸섬한 신예의 면모를 과시한다.
“어울리지 않는 커플의 모험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조니 뎁은 전통적 인디언 역에 적임이었어요. 여러분은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싶은 이상한 캐릭터를 그가 완벽하게 소화해 낸 걸 보시게 될 겁니다.”
머리에 새를 얹고 웃통을 벗고 다니는 인디언 ‘토토’를 맡은 조니 뎁에 대한 설명은 짧았다. 세계가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인데다 <캐리비안이 해적> 1,2,3편을 고어 버번스키 감독과 함께 해 왔으니 마다할 이유는 없겠다. 10여 년 전인 <캐리비안 해적> 1편 때 고어 버번스키 감독, 조니 뎁과 함께 <론 레이저>의 아이디어를 나누었다고 하니 당연한 캐스팅이다. 인디언과 어울리지 않는 파트너, 의욕 넘치는 백인 검사 ‘론 레인저’에 아미 해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소개는 보다 분명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는데 눈길을 붙들더라고요. 잘 생겼지만 모범적으로 보이고, 할리우드 스타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강력한’ 연기력마저 소유하고 있고요. 신인이지만 론 레인저에 적격이다 싶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니 뎁 옆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아주 잘해 주고 있어요.”
영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스튜디오 |
“좋은 스토리텔링은 어디서나 통한다고 생각해요. 저 자체가 좋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웃는 것을 좋아하고, 얘기 들으며 기분 좋아지는 것을 좋아해요. <론 레인저> 역시 이런 3박자, ‘스토리’ ‘코미디’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번엔 규모도 상당해요. 1800년대 초기 미 서부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실제로 <론 레인저>의 제작비는 2억 6000만 달러(약 2900억 원). 미국을 횡단하던 서부열차와 그 안에서 벌어지던 일들을 재현하기 위해 당시 모습 그대로 열차를 만들고 철길을 새로이 놓았다는 설명에서 영화의 규모가 짐작된다. 푸티지를 참고하자면, 규모만이 아니다. 영상의 스피드와 연기의 박진감이 숨 돌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성공 비결은 이어졌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먼저 나부터 원하고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합니다. 관객을 재미있게 하고 싶고, 관객에게 다가서는 걸 좋아해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스토리, 코미디, 감동의 3요소를 중시하고 관객에게 다가가 그들을 웃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형성된 걸까. 문득 대중의 마음을 정확히 읽는 천재적 영감의 소유자라 불리는 그의 유년시절이 궁금해졌다.
“아주 정상적(nomal) 가정에서 자라났어요. 저 역시 무척 평범했고요. 부모님은 이민자셨어요. 독일 이민 1세대셨고, 무척 엄격하셨죠. (엄격한 가정 분위기 속에서) 제게는 탈출구가 필요했어요, 영화를 좋아했지요. 제가 영화를 통해 받은 해방감과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 일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입니다. 여러 장르 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극장에서 나갈 때, 즐겁게 나가시길 바라요. 저는 그것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고요.”
희수(70세)를 바라본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유연한 사고와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제리 브룩하이머. 세계적 명성에 비해 소탈한 면모를 갖춘 것도 그를 오늘의 자리에 있게 한 비결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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