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등 주변국들은 북한의 이번 제안에 시큰둥한 상황이다. 더 이상 양치기 소년(북한)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을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무산시킨 지 닷새 만에 미국에 손짓을 보낸 것이라 그 진정성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먼저 첫째 의혹은 한미중이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때마다 북한이 대화라는 화두를 꺼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변국의 공조를 흔들기 위한 북한의 전술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의견이 외교가에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미 간 대화 제의도 정부를 포함한 주변국에서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뻔한 전략은 더 이상 실효성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자주 구사하고 재미를 본 '도발→대화→보상'의 전략에서 나온 대화 제의라는 점에서 주변 관련국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비록 북한이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일성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앉히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 역시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뒤로는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지난달 방중한 최룡해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 등에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중국 측은 북한의 요구에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은 더 의심받고 있다.
또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는 중대담화에서도 비핵화 의지 표명과 함께 "핵 보유국으로서 우리의 당당한 지위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런 북한의 앞뒤 맞지 않는 주장은 북한의 대화 제의 진의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화 제의라는 기존 수법 답습, 핵보유국 주장이라는 모순적 행동 등이 북한 행동 자체가 믿음을 희석시키는 부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내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여러 차례 '과거와 같은 동일한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에 신뢰가 없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당장 지난해 북한 핵실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북미 간 2.29합의를 북한이 한 달여 뒤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2.29합의를 백지화시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북한이 어떤 유화적인 모습을 취해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 미국에게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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