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와 타이완은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전자·반도체·정보기술(IT) 비중이 높고, 해당 산업 부문에서 부품·소재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3국간 교역 비중이 이들 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중국-대만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에 이어 중국과 타이완 민간 협상 창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오는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제9차 고위급 회담에서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를 핵심으로 한 서비스 무역협정을 체결키로 하는 등 경제협력 분야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으로선 위협의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한국무역협회 및 중국해관총서 무역 통계를 통해 2012년말 3국간 품목별 수출입 상위 품목을 살펴보면, 한국의 대 중국 수출 품목(HS코드 6단위 기준)은 ‘액정디바이스’와 ‘프로세스 컨트롤러’, ‘석유화학제품’, ‘메모리’, ‘전자 부분품’, ‘자동차 부품’ 등이 , 수입품목은 ‘무선전화기’, ‘메모리 반도체’, ‘전선’, ‘컴퓨터’ 등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대만 수출 품목은 ‘석유화학제품’, ‘메모리’, ‘프로세스컨트롤러’, 수입품목은 ‘프로세스컨트롤러’, ‘전자 부품’, ‘인쇄회로기판’, ‘반도체 장비’ 등이다.
중국의 대만 수출품목(해관이 정한 HS코드 8단위 기준)은 ‘프로세스컨트롤러’, ‘TV카메라’, ‘무선전화기’, ‘인쇄회로 기판’, ‘메모리’가, 수입품목은 ‘프로세스컨트롤러’, ‘액정화면’, ‘직접회로기판’, ‘메모리’ 등이다.
각국의 상대국 수출 품목이 중복되고 있다는 것은 기술 수준별로 분업화가 이뤄져 고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은 한국에서 중국, 대만으로, 중저가 제품은 중국 대만에서 한국으로, 또는 중국과 대만 양국 사이에서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과 대만이 ECFA를 확대돼 중국 정부가 관세는 물론 대만 기업에게 각종 혜택을 제외하면 대만과 중국기업과 가격 경쟁력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양안에 속한 대기업으로의 제품 수출 기회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 중국 본토에 진출해 있는 우리 대기업들도 장기적으로는 저렴하고도 기술력이 뛰어난 대만산 부품을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중국 로컬 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대한상공회의소가 615개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중국-대만 ECFA 체결로 위기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25.4%, 중국 수출기업의 40.0%에 달했다.
이에 당시 국내에서는 ECFA 확대에 대비해 대만을 통한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으나 잠시 동안의 바람으로만 그쳤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면서도 대만과의 비즈니스의 기회를 열어두며 중국과 대만을 아우르는 공동시장인 차이완 시대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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