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눈에 띄게 인상된 것도 아니고 직급도 그대로지만 옮긴 회사의 영업지원책이 마음을 굳힌 계기가 됐다. 짧은 시간 내에 목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 국내 상위권 제약사의 팀장으로 전도유망한 오영진 씨는 지난달 외국계 제약사로 이직했다.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실적압박과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리베이트 자정 노력에 따른 영업 환경의 변화와 업체들의 계속되는 긴축경영이 제약업계 인력관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1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산업 전체 종사자 수는 6만여명 안팎이다.
이 중 영업직의 비중은 38.9% 수준이다. 영업직은 '제약업계의 꽃' 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체 채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조사한 보건복지관련산업 통계조사에서는 제약관련 업종 종사자 수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영업직의 경우 2015년이면 그 비중이 기존 대비 6% 이상 감소해 32.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대규모 약가인하와 경기침체에 따른 병원 매출 감소에 신음하던 일부 업체들이 영업조직을 없애 해당 인력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마케팅 비용 축소를 위해 계약판매대행사(CSO)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최근 제약사가 잇따라 신규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체질 개선과 분위기 전환 등의 이유로 인턴 채용 등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기존 경력사원 채용 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새로운 영업환경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신선한 인력들을 충원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5~10년차 중견 영업사원들은 이러한 상황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은 사세가 작더라도 아직 리베이트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업체들로의 이적까지 고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업사원의 능력이 실적을 좌우했다면 요즘은 상품력이 이를 대신한다는 인식이 크다"며 "영업사원들을 보는 회사의 인식전환이 없다면 이직은 또 다른 이직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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