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영훈국제중학교 현직 교감 김모씨의 유언장에서 나온 한 마디다.
애초에 비리에 몸 담았던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다는 뉘앙스다. 이번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 그는 최근 검찰 조사를 두 차례 받더니 결국 또 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등과 함께 성적 조작을 했다는 혐의를 받아 이달 들어 피고발인이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었다.
김씨는 휴일인 16일 오후 6시50분쯤 학교 현관에 있는 난간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오직 학교를 위해 한 일인데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영훈중은 최고의 학교이니만큼 자부심을 갖고 학교를 잘 키워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측은 모욕적인 말이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했지만,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으로까지는 가지 않는 게 어땠을까. 오히려 아픈 현실을 인정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기로 했다면. 사법당국에서 내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후 인생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면 그나마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교육현장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의견들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교감의 자살 소식과 함께 17일 오전부터 영훈국제중에는 또 다시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해 17~18일 이틀간 휴교령을 내렸으나, 학생 몇 명이 국화를 들고 추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들에게서는 이미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쪼록 학생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학교 측과 교육당국은 대책을 조속히, 그리고 면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주춤거리지 말고 다른 피고발인과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비극'이 비리를 캐는 데 차질을 가져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육사에 진정 '비극'으로 남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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