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는 ‘현상유지’를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납품 물량이 급감한 협력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출혈경쟁을 불사하고 있어 ‘이러다 다 같이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와 울산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4명이 납품업체로부터 시추장비 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문제는 최근 협력업체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대형 조선업체들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과도한 로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협력업체들 사이에 출혈경쟁이 심해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도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대우조선해양 뿐 아니라 나머지 대형 조선업체들도 검찰의 이번 수사 범위에 걸려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불황 속에서도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이 플랜트나 고부가가치 선박 등의 수주에 성공하며 ‘선방’하고 있음에도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 협력업체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작용 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까지 호황기를 누리던 당시의 선박 위주 사업 구조에 안주해 플랜트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변화된 시장 상황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조선업체들이 협력업체들의 경쟁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력업체들 사이에 입찰 경쟁을 통해 기존 납품가 보다 적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와 거래를 함으로써 이들 사이에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
거제도에 위치한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지 협력업체들은 기존에 해 오던 작업물량이 줄어드니 기존 매출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무리해서 로비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빅3나 대형 조선업체들을 모기업으로 둔 계열 협력사들도 기존 매출액을 채우기 위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어, 아무런 연고도 없는 협력사들은 기존 물량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협력업체들은 최근 임원들 까지 나서서 새로운 거래를 트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 같은 과도한 출혈경쟁은 협력업체들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영향이 대형 조선업체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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