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대출금리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상승에 대비해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상환 시기와 비용 부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23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출구전략 시기 언급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를 기준으로 하는 적격대출 금리도 이미 0.4%포인트 이상 올랐다.
적격대출은 최단 10년에서 최장 30년까지의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은행의 대출채권을 매입해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형태로 판 후 이를 대출 재원으로 조달한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적격대출 등 고정금리를 적극적으로 취급하라고 은행들을 독려했다. 고정금리대출은 변동금리와 달리 가입 시 약정한 금리 수준이 만기 때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자부담이 덜하다. 덕분에 전체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지난해 11월 50.5%로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올해 2월 고정금리 대출은 38.9%까지 축소됐다.
4월 말 기준 현재 고정금리 대출은 42.2%로,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이 60%에 육박한다. 저금리 기조에 힙입어 은행권의 변동금리대출 상품의 금리는 한 달 새 0.08%포인트 하락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코픽스의 영향이 컸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정기예·적금 등으로 실제 조달한 금리를 가중평균한 것으로,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지난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연 2.6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연내로 못박으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금리 인상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출자들로서는 이 시점에서 빠르게 결정해야 금리로 인한 손실이 덜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고정금리대출뿐만 아니라 코픽스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변동금리대출도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 관계자는 "코픽스는 시장금리를 벤치마크하기 때문에 향후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가 좀 더 싸지만 향후 금리 상승을 염두에 둔다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투자상품부 팀장은 "고정금리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은 금리상승 리스크를 자신이 부담하느냐 은행이 부담하느냐의 차이가 있다"면서 "단기에 상환한다면 중도상환수수료와 설정비 등 추가 비용을 감당하면서 고정금리대출로 굳이 갈아탈 필요는 없지만, 장기로 빌린다면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덜한 고정금리를 택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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