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신동빈 롯데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박삼그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을 포함한 71명 규모의 사상 최대 경제사절단이 수행한다.
1992년 한·중간 정식 수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우리 기업들이 먼저 중국과의 교역을 추진하는 등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기에 가능했다.
올해로 수교 21년째를 맞는 양국 모두 국가 최고 권력자가 바뀐 지 6개월도 안돼 마련된 자리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다’는 속담처럼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새로운 한·중 관계의 문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에 있어 가장 큰 무역 대상국인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통상 정책의 1순위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올려놓았다.
중국 정부도 일본과의 영토 분쟁, 북한의 핵 위협 등 동북아시아 정세의 불안정은 물론 세계경기의 침체로 수출 중심의 경제가 성장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데 주목하고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 유치를 위한 내수시장 개방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가 성공적으로 발효되기 위해서는 양국 기업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되며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수교 후 1만2000개 업체 중국 진출
지난 2011년까지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규모는 36억달러로 수교 전인 1990년대비 220배 증가했으며, 현지에 설립한 신규투자법인수도 같은 기간 24개에서 827로 34배 늘었다. 우리기업의 전체 해외 직접투자액에서 중국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미국의 20%에 이어 두 번째지만 투자법인 수 기준으로는 42%로 압도적인 1위다. 그만큼 우리기업들이 과감하게 중국에 투자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20여 년간 1만2000여 회사가 중국에 진출해 ‘차이나 드림’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창기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단순조립형 공장 투자로 시작했던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부문에서 대규모 사업을 진행중이며,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군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 시키고 있다.
중국에 세곳의 휴대전화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산시성 시안에 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로 중국 진출 20주년을 맞는 LG전자는 기존 전자 부품 공장이외에 광저우에 8세대 액정화면(LCD) 패널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오는 2016년까지 중국에서만 연간 173만 대 생산체제를 현지에 구축해 현지화를 가속화하기로 했으며, 베이징 1·2·3공장 이외에 4공장 부지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 4월 광둥성에 연간 45만t규모의 고급 자동차 강판 공장을 준공하고, 현지 자동차 공장을 공략 중이다. 특히 포스코는 중국 지주회사인 포스코차이나를 통해 새로운 중국 지도부 출범에 맞춰 포스코와 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 좋은 결실을 맺어 중국인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SK그룹은 중국 현지사업을 총지휘하는 SK차이나를 설립했다. 1980년대 말 수교 준비 단계부터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SK그룹은 고 최종현 전 회장에 이어 아들인 최태원 회장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쳐 중국에서 그룹 성장의 열쇠를 찾고 있다. 현재 SK는 시노펙과 2007년부터 추진 중인 연산 80만t 규모의 우한 에틸렌 공장 합작 설립건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재계에서도 중국과 가장 깊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중우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회장을 선두로 각 계열사들이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을 넓혀 나가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시진핑 국가 주석을 비롯해 중국 측 인사들과 누구보다 탄탄한 인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 금호고속과 금호 리조트 등 각 계열사들도 활발히 중국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 2000년에 중국 현지 공장 체제를 구축하는 등 중국 최대의 스판덱스 업체로서 성장해 현지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중국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현지 유통시장이 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 따라 롯데와 신세계 등도 지속적으로 사업기회를 엿보고 있다.
◆파트너로 동반 성장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의 교역규모는 오는 2015년이면 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양국간 경제협력이 더욱 발전하려면 한·중 기업간 교역 관계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과거와 같이 원청-하청 관계에서 동등한 파트너 관계로 지위를 격상시키는 한편, 한국기업이 중국내에서 사랑받는 ‘토속기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에서 대지진 사태에 굴삭기를 비롯한 구호 장비를 가장 먼저 파견한 덕분에 내수업체보다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쌓았으다.
포스코는 현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중국 현지 인력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리더로서의 역할을 부여하는 등 인재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대표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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