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한국 최고의 중국통(中國通)'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고, 중국 다롄(大連)·하얼빈(哈爾濱)·칭다오(靑島)시 등에서 명예시민증을 받은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이 중국을 사랑하게 된 이유이다. 그에게는 중국을 아는 것이 바로 '통일'로 가는 길인 셈이다.
정전협정 60주년인 25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창경궁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한국전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전을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 아닌 중국과 소련, 즉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갈등이 불씨가 된 전쟁'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요즘 그 희열을 만끽하고 있는 듯했다. 바로 그가 30년 전 썼던 논문의 추론이 최근의 연구 결과에 적중했다는 인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글서글한 미소로 기자를 맞는 그의 큰 체구 뒤로 중국 관련 서적들로 빼곡히 메워진 책장이 보였다. 또 다른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習近平) 등 중국 최고지도자와 찍은 기념사진들은 기자가 '중국통 이세기'를 만나러 왔음을 실감케 했다.
◆ 용틀임하는 한반도…한·중 정상회담, 北에겐 충격적일 듯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사절단에 포함된 이 회장은 현재의 동북아 정세와 한·중관계를 당나라와의 외교를 통해 삼한통일을 이룬 신라의 선덕여왕 시대에 비유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흥한 백제가 아닌 당시 힘이 없는 신라가 당나라와의 외교를 통해 삼국통일을 이룩했다"고 운을 뗀 뒤 "선덕여왕이 통일 기반을 만들었듯, 박 대통령이 한·중관계를 잘 발전시켜 통일로 가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 회장은 "이번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 후 나오는 공동성명과 회담 분위기를 보고 북한의 김정은은 김일성이 한·중수교를 통보받고 충격을 받았듯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이 조·중(朝·中) 정상회담을 못하고 있고, 최룡해 북한 총정치국장이 정상회담을 해보자고 친서를 전달했지만 잘 안 되지 않았느냐"며 "취임 100일을 갓 넘긴 박 대통령을 중국이 대접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굉장한 충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등을 가장 중요한 3대 정상회담으로 못박았는데, 과거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이고, 북한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진핑 시대의 中은 조금 다를 것"
"시진핑 시대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후진타오가 영도하던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달라지고 있다."
이 회장은 "시진핑과 후진타오를 수차례 만나며 느낀 점은 우선 그들의 스타일이 참 다르다는 것"이라며 "시진핑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탄생한 전후(戰後)세대, 그러니까 과거 전전(戰前)세대의 생각보다 훨씬 사고의 폭이 넓어진 세대란 점에서 사고의 폭이 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념지향적인 후진타오는 '허시에(和該·조화)사회' 구호를 내놓긴 했지만 경제건설 등 경제성장을 통해 중국을 G2 반열에 올려놓는 데 주력했다"며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이 깔아놓은 레일 위에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모범운전을 해서 여기까지 발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진핑 시대 중국은 이제 덩샤오핑이 깔아놓은 레일을 그대로 쭉 달려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방향 전환을 시도해야 하는가 등을 논의해야 할 역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시진핑 체제 출범 시 주창한 '중국의 꿈'이 바로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을 말하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 중국이 말하는 '일반적 국가관계' 北
최근 북한을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평가한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발언에 대해 이 회장은 "중국에 있어서 북한은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는 지정학적 이점을 갖고 있는 나라"라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 '무슨 짓'을 해도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북한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녹록지 않은 핵문제가 등장하자 북한이 했던 '무슨 짓'들 중에서 이제 중국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짓'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북·중관계는 '일반적 국가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해석이다.
30년 전 이 회장은 한국전 발발의 원인을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갈등으로 규정해 논문을 썼다. 그의 오랜 시간 보여준 행보가 오늘날 우리가 왜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통일된 한반도는 자유롭고, 번영하고, 강력해야 동북아 평화의 안전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통일과정에서 주변국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 북한이 둘러싼 한반도는 30년 전 중·소련 갈등으로 일으킨 한국전쟁의 슬픈 전쟁터를 벗어나 진정한 세계적 평화를 만들 평화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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