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젊은 한국화가 김지희(30·사진)는 치과에서 인기다.
'치아 교정기'를 낀 환한 그림 때문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 기분좋은 상큼 발랄함을 선사하는 그림은 미술시장 불황에도 승승장구세다. '귀여운 캐릭터'로 화장품 업체 미샤와도 협업하며 스타작가로 부상했다.
지난 2011년 개인전후 '양머리 소녀' 그림으로 유명해진 작가는 쉴새없이 그림을 쏟아냈다.
치과 주문그림이 끊이지않고 해외서도 러브콜이 잇따랐다.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 대학원을 졸업(2008)한 지 불과 3년만에 베이징 런던 뉴욕 마이애미 퀠른 홍콩등서 100여회 기획전에 참여했다. 신예작가로는 보기 드문 왕성한 활동이다.
'양머리 소녀'는 얼굴의 절반을 커다란 선글라스로 가린채 웃고 있다. 안경 한쪽 알엔 페라리, 루이뷔통, 구찌, 샤넬 등이 다른 한쪽엔 사탕이나 달콤함을 연상시키는 문양을 새겨 극도의 화려함을 뽐낸다. 얼굴만 그린 그림인데 온갖 물질문명의 욕망이 넘쳐난다. 활짝웃고 있는 하얀이에 드러낸 치아 교정기마저 사치품으로 보일 정도다.
치아 교정기를 작품으로 끌어들인 작가는 "대학시절 치아 교정기를 착용하면서 아름다움을 위해 억압과 고통을 참아야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깨달았다"고 했다.
보기와 달리 그림의 내공은 가볍지 않다. "밝은 척, 행복한 척 판박이 같은 함박웃음을 띤 인물들은 사실 마음의 창인 두 눈을 가린 채 가면 뒤에 고독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에요."
젊은 작가의 작품에 주목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두 얼굴로 살아가는 슬픈 인간의 존재, 밝은 얼굴속의 고독한 내면의 이야기가 담긴 이중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톡톡튀는 색감으로 서양화같지만 전통채색화 기법으로 표현한 '동양적 팝아트다. 화선지를 몇장씩 겹쳐 두껍게 만든 장지에 채색해 밝고 화려한 색감이지만 들뜨지 않은 깊이감이 있다.
현대인의 고독감을 경쾌한 풍자화로 풀어낸 작가가 2년만에 6회 개인전을 연다.
오는 7월 4일부터 서울 강남 청작화랑에서 '가상의 위장'을 주제로 '인물 시리즈'외에 보석을 디테일하게 그린 'Virgin heart' 신작을 공개한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작가의 시선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웃음이 인색한 시대' 솜사탕처럼 뽀송한 웃음을 선사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볼 수 있는 전시다.(02)549-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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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Virgin heart.장지에 채색,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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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Sealed smile. 장지에 채색,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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