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들른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는 제목인데, 재미있게 느껴질 만한 사례가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도요타식 생산시스템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노 다이이치는 '저스트인타임'(JIT) 생산방식의 가능성을 미국의 슈퍼마켓이 운영되는 구조를 차용해 모든 제조업체가 선호하는 '린 생산방식'으로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저자는 도요타 등의 사례를 통해 '창조'와 '차별화'를 위한 '모방'은 여전히 유효하고 확실한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방이란 한 번 히트치는 제품이 나오면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제품·서비스 레벨의 모방이 아니라 생산·유통·조직 등 사업의 구조적 레벨에서의 모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캔커피를 가장 먼저 만들고 가장 유명했던 UCC가 일본코카콜라에 뒤진 이유는 자동판매기망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창조경제'를 소개한 신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에서 분위기를 180도 역주행(?)하는 '모방'을 이야기한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창조기업의 사례로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이야기하는데, '존경받는 기업'으로 불리는 GM은 왜 이에 속하지 못할까요?
한국 기업이 힘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남이 이뤄놓은 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모방을 통한 창조'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는 이런 과거를 폄하하고 "창조를 창조하라"고 합니다. 과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만이 최고일까요? '베끼기만 잘해도' 크게 성장한 기업 사례가 책 속에만도 이렇게 많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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