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외교전이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끝으로 한·미·중 3자간 연쇄 양자 회담에서 다시 다자회의 무대로 이동한 셈이다.
남북한을 비롯해 6자회담국의 외교수장이 모두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 한·미는 한·미(5월 7일), 미·중(6월 7일), 한·중(6월 27일) 정상회담에서 조율한 '북핵 불용' 원칙을 다자회의에서도 관철시키면서 대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북한은 ‘6자회담을 포함한 대화 복귀’를 카드로 중국·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분열’ 전략으로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한·중 정상이 ‘6자회담 내 양자·다자대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움직임이 있겠지만,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중 공조를 중심으로 ARF에서 대북 압박을 더 강하게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우선 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한 북한 박의춘 외무상은 1일 숙소인 엠파이어호텔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 회담을 했다.
북중 양국은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포괄적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이날 북핵 문제와 관련, “중국은 유관국이 서로 각자 행동에 나서고 조건(여건)을 만들어 한반도 문제가 빨리 대화를 통한 해결의 궤도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면서 “중국측은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위해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의 변하지 않은 입장”이라면서 “이런 우리 입장을 북한을 비롯해 각국이 이해했으면 좋겠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6자회담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은 의장국으로 (참가국을) 중재하고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왕 부장은“북한 핵 보유 반대” 원칙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여전히 한·미·중 3자 공조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에 관한 한·미 대 중국 간에는 미묘한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한·미가 좀 더 엄격하게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주는 행동을 요구한다면, 중국은 최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방중 등을 계기로 다시 6자회담 조기개최를 포함한 대화 분위기 조성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역시 이 틈을 놓치지 않으면서 한·미 대 북·중 구도로 환원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RF 회의에서 남북 간 외교전은 불가피하며 의장성명에 삽입될 북핵 관련 문구를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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