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셀 코리아'가 꼬리를 무는 악재 탓에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출구전략이나 중국 신용경색 우려가 잦아들자 이번에는 브라질,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서 다시 외국인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상반기만 10조원어치 매물을 내놓은 외국인은 하반기에도 7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추가 매도할 것으로 우려돼 증시 상승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6월부터 이달 5일까지 약 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이 기간 모두 24거래일 동안 매도우위를 기록한 반면 순매수일은 5거래일에 불과했다.
6월 7, 13일에는 외국인 순매도가 각각 당일 1조원에 육박하면서 코스피를 최대 2% 가까이 떨어뜨렸다.
미 양적완화나 중 신용경색 우려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국인이 전월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5000억원어치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시 매도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 가량 순매도를 보이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며 "일본 증시가 '아베노믹스' 덕에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 가운데 미국 출구전략,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은 하반기에도 약 6조8000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추가로 팔 가능성이 높다"며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가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지수는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세계 곳곳으로 번지는 반정부 시위는 외국인 이탈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 시위 원인은 나라마다 다른 면이 있지만 경기침체와 긴축정책에 따른 소득 불균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투자자는 브라질, 터키, 이집트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와 중국 신용경색 위험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로 번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나라에까지 정정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며 외국인 투자자가 보수적인 관점으로만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집트 사태는 전세계 석유창고인 중동지역에서 정치적인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대외부채가 1715억 달러(한화 약 196조원)에 달하는 이 나라 정정 불안은 스페인을 비롯한 여타 유럽 국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3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2010년 5월 이후 처음 배럴당 102 달러까지 뛰었다. 유로존 국채 수익률 또한 급등하는 모습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포르투갈이나 이집트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 복귀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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