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 대외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들을 수출입은행으로 일원화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그 이유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문제를 해소하고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해당 기관들도 조직 일원화가 답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7일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수출입은행의 대출위험을 인수하는 보험·보증기관으로써 원칙적으로 양 기관의 업무가 중복이 없다고 밝혔다. 즉 수출입은행과 상업은행은 수출기업의 대출업무를 맡는 반면, 무역보험공사는 보증업무를 담당 하고 있어 업무에 경합이 발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정책금융기관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양 기관간 분리운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해외 대형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능력 강화 측면에서도 현행과 같이 양 기관 기능별 전문화를 통한 쌍끌이 체제가 자금조달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년간 양 기관이 공동으로 자금조달해 지원한 실적은 21건에 달하며, 181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도 수출입은행의 무역보험 이용실적은 전년대비 148% 증가한 1조8259억원에 달하는 등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해외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통합보다는 기관간 협업강화를 통한 공생 발전방안 모색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순히 조직 일원화라는 논리에 입각해서는 해외 금융 수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수출입은행이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수출보험(구매자신용)과 똑같은 상품인 대외채무보증을 신규도입해 기간 관 업무중복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07년 발표한 ‘우리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정부역할의 재정립’을 보면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이 무역보험공사가 이미 시행하고 있던 금융상품과 대동소이해 업무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대외채무보증이란 국내 물품 등을 수입하는 외국인, 외국 정부 등이 구매대금을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경우 그 채무를 수출입은행이 보증해주는 제도로써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 수출보험과 거의 동일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수출보험은 민간 프랜차이즈 건설 등 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한 핵심사업”이라며 “수출입은행으로 일원화될시 업무수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 수요자 측면에 입각해 무역 중장기 수요를 양 기관을 통해 서포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무보의 중장기 해외 프로젝트 지원은 새 정부 출범시 이관 받은 통상 기능 강화 측면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정책수단”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세계 각국의 수주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 대외정책금융은 수출입은행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상반된 논리를 펼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세계적으로도 대외정책금융기관을 단일화시켜 체계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정책금융공사의 대외 부문 자본금 및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보험 부문을 수출입은행으로 이전·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책금융기관들은 매년 감사원ㆍ국회 등으로부터 업무중복과 비효율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국내 정책금융의 역할을 재정립해 기관ㆍ기능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지난 4월 정책금융개편 TF를 발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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