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국내 경제가 완만히 회복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히 회복하고 있고 세계 경제 자체도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국내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밝은 상황은 아니다.
지난 5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0.4% 감소했고 서비스업 생산은 부동산 임대 등의 증가에 따라 0.2% 늘었다. 같은 달 소매판매는 전체적으로 0.2% 줄었다. 기계류 투자에 힘입어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2% 증가한 반면 건설투자는 4.3% 감소했다.
6월 수출도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 0.9% 감소했다.
지표상으로는 다소 부진한 양상이나 한은은 낮은 수준의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은이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치는 올해 연간 2.8%로 이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금통위는 “앞으로 GDP갭은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 등으로 상당기간 마이너스인 상태를 유지하겠으나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GDP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 간 격차를 뜻하며 이것이 마이너스를 보이면 성장 여력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금통위가 향후 경제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의 예상 성장경로대로 간다면 경기사이클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형태를 띠게 된다. 금통위가 금리를 움직일 요인은 그만큼 줄어든다.
아울러 지난 5월 금리 인하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효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판단도 금리의 발목을 잡았다.
통상 기준금리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 가량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정부의 추경으로 인해 하반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김 총재는 5월 금리 인하와 정부의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밖에 소비자물가가 1%대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금리를 움직여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경기의 하방 위험이 상존해 있지만 금리를 움직일만큼의 변수는 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전날 연설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경기확장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던 수준인 데다 그간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두고 증폭됐던 시장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이날 “버냉키 의장 발언의 큰 줄기는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자본유출입도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고려사항 중 하나이나 그것만 가지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금통위의 통화완화 기조는 완전히 닫힌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경기 상황과 미국의 출구전략 등을 감안해 내년 중 금리 인상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9.2%가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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