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3/07/11/20130711000537_0.jpg)
11일 IBK기업은행의 하반기 인사가 단행됐다. 여기서 단연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1년 3개월만에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된 네팔 출신의 박로이 주임(35·서여의도지점)이다.
박 주임은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한 후 2004년에 한국에 왔고, 2007년 귀화한 한국인이다. 인도 델리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당초부터 은행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입행 전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상담센터(외국인종합상담센터)에서 한국 비자관련 상담일을 했다. 프리랜서로 통·번역 일과 영어강사도 병행하는 한편 주한 네팔대사관에서 노무·행정담당 등 외국인들을 관리하는 일도 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도와주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기업은행에서 실시한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특별채용'에 뽑혀 계약직으로 은행에 입행하게 됐다.
입행 후 박 주임이 배치받은 곳은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서여의도 지점이었다. 그는 주로 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외국인 연수현장에 찾아가 고객들을 유치하는 업무를 맡았다. 경기도 화성과 양평, 안성 등에 위치한 연수원이 그가 자주 다니던 곳이었다.
그는 "외국인 연수생들을 도와주면서 통장 개설 등 영업도 했다"면서 "한국생활이 불편한 네팔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입행 전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일을 했던 경력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의 이름 로이는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면서 쓰던 이름이다. 네팔에서의 본명은 다와 널부 셀파. 그를 만난 외국인들은 모두 그에게 '다와'라고 부른다.
"외국인 안내책자를 10개 국어로 만들어서 외국인들에게 나눠주고 송금 방법도 설명했어요. 토요일에도 화성, 김포 등의 공장도 방문해서 통장 개설이나 스마트뱅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외국인들을 만나기 위해 주말에도 동대문 식당 같은 곳에 찾아갔어요."
이렇게 해서 그가 1년간 개설한 계좌만 3만여 좌에 이른다. 모두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근로자들이 대상이 됐다. 이밖에도 네팔 투자은행과의 환거래 계약을 성사시키고 동대문 시장 해외송금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렸다. 이번 정규직 전환은 그의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물이다.
앞으로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창구에서 본격적으로 은행의 금융업무를 보는 것이다. 현재 수신과 여신, 외환 분야에 대해 신입 행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있다.
박 주임은 "인도로 진출한 중소기업들에게 인도 전문가로서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싶다"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