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 시급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7-14 21:3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건설 지연으로 사회적 손실비용 눈덩이
-하루 손실비용 47억원...내년말까지 지면되면 1조4100억원 날라가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해 최후의 보루로 구성됐던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가 아무런 합의도 없이 40여일만에 종료됐다. 잠시나마 끝이 보일 것 같던 ‘밀양 송전탑’ 갈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전력과 반대 주민, 국회가 3명씩 추천해 9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는 지난 8일 송전탑을 기존 방안대로 건설해야 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협의체 인원 과반수인 6명이 “우회송전과 지중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밀양에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는 한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가중되고 있는 전력난을 해소하고 사회적 손실 비용 최소화를 위해서도 밀양 송전탑 해결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이 지연되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또한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고리 3호기 가동의 기본 골격이 밀양 송전탑 건설인데,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서 원전 1기 가동 대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원전 1기 가동을 대체한 다른 발전소의 하루 비용은 무려 47억원에 달하고 내년 말까지 송전선로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1조41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송전탑 분쟁 8년째 평행선...161기 송전탑 중 52기 중단

한전과 밀양 주민 사이에 송전탑 갈등의 골은 8년이란 시간동안 진행돼 왔다.

정부는 지난 2005년 8월 밀양 5개면 주민을 대상으로 송전탑을 지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이때부터 지역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2년 뒤인 2007년 11월, 정부는 총 사업비 5000억원 이상을 들여 2010년 12월까지 완공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인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 계획안을 발표한다.

계획안에 따르면 송전철탑을 신고리원전에서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밀양시·창녕군 등 5개 시·군을 거쳐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90.5㎞ 구간에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구간 송전철탑은 총 161개이며, 이중 밀양에만 69개가 들어선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듬해 2008년 8월 공사에 착수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23차례 갈등조정위원회를 열어 주민들과 수차례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숱한 중재 노력에 나섰다.

하지만 착공 이후 공사는 무려 11차례(약 1100일) 중단되는 등 각종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주민 한 명이 분신해 목숨을 잃으면서 공사는 지난해 9월 전격 중단, 완공 예정일의 3년이나 늦어졌다.

이에 현재 송전탑 161기 중 109기는 건설된 상태(공정률 73%)지만 송전탑 52기가 주민 반대로 공사가 중단돼 있는 실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밀양시 30개 마을 중 15개 마을과 합의를 마친 상태”라며 “문제는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완공까지 8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에서 빨라도 내년 3월이나 되야 상업운전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지역주민 “지중화만이 해법” vs 한전 “공사기간 12년 소요, 현실성 없어”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우회 송전이나 송전선로 지중화(地中化)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765kV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 여부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07년 6월 발표한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성 보고서’에 따르면 낮은 수준의 자계 노출에 의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은 밝혀진 바가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파 국내기준은 83.3μT (마이크로테슬러)로써 국제기준 200μT에 크게 못미치고 있으며, 765㎸ 송전선 바로 밑에서 잰 자계의 최대치는 전자레인지보다 낮은 5.34μT(마이크로테즐러)에 그친다.

또 765kV 송전선의 지중화는 기술 및 기자재가 개발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송전탑 외에 대안이 없다고 전력당국은 주장한다. 345kV 송전선의 지중화는 가능하지만 12년이라는 긴 공사기간과 2조70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건설 중인 함양~울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지중화 요구 역시 고속도로 직하부에 지중 송전선로를 설치한 사례가 없다. 구조물 지반 침하시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고리원전의 송전망을 보강할 경우에도 104~107%의 과부하가 발생해 정상운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345kV 송전능력도 765㎸ 송전선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해 향후 신고리 5~8호기가 건설되면 2~3개의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주민들이 제시하는 초전도 송전선로 기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장거리 초전도 송전선로를 상용화한 케이스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 초전도 기술의 기술개발속도, 경제성 등을 감안 했을때, 적어도 2030년 이후에나 검토가 가능하다는게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백수현 전문가협의체 위원장은 “우회송전의 경우 시뮬레이션결과 신고리 3·4호기 가동 후에는 고장충격을 흡수할 수 없어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이 불가피하다”며 “우회송전이 불가능함에 따라 지중화도 구체적인 검토를 해야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 우려...막대한 예산 손실

특히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연에 따른 올 겨울 전력대란(블랙아웃)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되고 있다. 올 여름 유례없는 무더위와 잇따른 원전고장으로 전력수급이 연일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포화상태인 우리나라 송전설비와 향후 추가 발전설비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은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신고리 3호기 발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할 경우 전력수급 불안 가중 및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송전탑을 연말까지 짓지 못하면 오는 12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는 신고리 원자력 3호기(140만㎾)의 전력을 제때 실어 나를 수 없어 올겨울 블랙아웃까지 예견된다”고 우려했다.

올해 초 전력예비율이 5.5%까지 떨어져 전력수급 대란이 가시화됐던 악몽을 환기시키며 송전탑 건설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고리 3호기 같은 신규 발전소들이 송전선로 부족으로 예비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송전탑 건설이 지연될수록 우리 사회가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떠안아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영남지역은 수도권 공급을 위해 건설된 울진원자력을 제외하면 150만kW의 전력을 타 지역에서 공급받고 있다. 향후 영남지역 전력수요 증가를 고려한다면, 전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사회적 손실 또한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남은 송전선로 건설에만 최소 8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고리 3호기의 가동은 내년 3월 이후나 가능하다. 이에 완공한 원전을 최소 2개월 이상 놀려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원전 1기 가동을 대체한 다른 발전소의 하루 비용은 무려 47억원에 달하며, 두달 간 가동이 안될 경우 2820억원의 예산이 날아가게 된다. 만약 내년 말까지 송전선로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그 비용은 무려 1조4100억원에 달한다.


◆ 앞으로 쟁점은...보상범위 접점 있나?

한전이 밀양 주민들에게 제시한 13가지 갈등해소 지원안을 보면 △선로주변 토지가치 하락 보상을 34m에서 94m로 확대하는 지원사업 입법화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설비 존속기간에 걸쳐 매년 24억원 지원 △지역 특수보상사업비 125억원에다 40억원 증액 등이다.

또 밀양에 2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Valley 사업’을 추진, 이 지역을 신재생에너지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밀양 주민들은 토지 임대료 연 5000만원, 사업이익 연 3억원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등 부가적인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아울러 송전선로 인근 펜션을 한전이 장기 임차해 한전 직원 등이 활용하게 하고, 마을별로 지역지원사업비를 활용, 펜션을 건립함으로써 공동 수익 보장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은 이 같은 지원안에 국회에서 법안 구체성 미비 등을 이유로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보상안보다 한전이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조환익 한전 사장은 "밀양송전탑 갈등 해결과 관련해 국회에서 다수의 권고안을 채택해주길 바라고, 채택시 한전은 적극 이행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주민 보상과 적극적 대화로 사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전과 밀양 주민간 중재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밀양 현지에 내려가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경남 밀양의 765㎸ 송전탑 건설 갈등 문제를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하겠다"며 강력한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중앙정부에서는 지역사회가 단합해야 하는데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며 "장관으로서 온 힘을 다해 주민, 기관장들과 함께 국책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