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역행하는 ‘중장기 보험’ 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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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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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수은 업무 통합...중소기업, 신흥시장 등 지원축소 불가피<br/>-‘시대역행’ 개편안...‘창조경제’ 정책과 불협화음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대외정책금융을 수출입은행(수은)으로 일원화하는 쪽으로 개편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해당 기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무역보험공사(무보)의 ‘중장기 보험’ 업무가 수은으로 흡수되는 것을 두고 ‘시대에 역행하는 개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무보의 보험업무 이관이 중소·중견기업 수출금융 지원을 크게 위축시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은 업무 통합...중소기업, 신흥시장 등 지원축소 불가피

16일 금융위 산하 정책금융역할재편 태스크포스(TF)가 추진하는 개편안에 따르면 수은이 현재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의 해외금융지원 업무와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 보험 업무를 전담해 맡게 된다.

하지만 중장기 보험은 무보의 핵심 업무로써 보험료 수입의 62%(지난해 기준 4689억원)를 차지하며, 수출보험실적도 9조9000억원으로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1조2000억원의 8배에 달한다.

이처럼 수익 비중이 높은 중장기 보험 업무가 수은으로 이관될 시 무보의 조직축소는 불가피해져 38% 수준의 보험료 수입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해야 된다. 결국 보험료 할인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규모 축소로 이어져 정부의 주요 중소·중견기업 무역진흥 정책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보 관계자는 “보험료 수입을 통해 사고율이 높거나 영세한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단기보험을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보험 업무가 수은으로 통합되면 당장 단기보험 운영에 차질이 생겨 해당 수출중소기업들의 지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수은은 공공기관인 무보와 달리 국내금융이 80%를 차지하고 있어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금융당국의 BIS(은행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받고 있다. 때문에 무역보험 지원여부를 결정할 경우 고위험도 대외거래를 회피할 수밖에 없어 신흥개발국 등 신용도가 낮은 프로젝트의 지원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즉 수출금융 공급을 위해선 외화차입이 필수적이며, 차입금 상환을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선 재정, 후 지원’ 구조인 셈이다.

반면, 무보는 ‘선 지원, 후 손실보전’의 공공기관으로 BIS 등의 건전성 규제없이 국회가 총 지원한도를 정할 수 있다. 작은 재정투입으로도 많은 수출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탄력적인 수출구조를 갖춘 기관인 것이다. 실제 수은이 거절한 프로젝트를 무보가 지원해 성공한 사례는 지난 1994년부터 2012년까지 496건으로 총 498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BIS 규제를 강하게 받는 수은의 특성상 무보의 보험 업무가 이관될 시 신용도가 낮거나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혜택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야기된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수은은 담보제출 요구 등 이용조건이 까다롭지만 무보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해 담보면제가 가능하다”며 “중장기보험이 수은으로 일원화될 경우 피해는 수출중소기업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대역행’ 개편안...‘창조경제’ 정책과 불협화음

전문가들은 수은 중심의 이번 개편안이 정부가 거듭 강조해 온 ‘창조경제’ 정책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부활시키고, 무보의 환변동보험 인수한도도 총 3조원까지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의 수출확대를 장려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보를 쪼개 수출기업 지원책을 위축시키는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 시대역행의 개편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무역보험을 단기보험과 중장기보험으로 구분해 2개 기관에서 담당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전무하다”며 “특히 수출이 국가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기능의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대출형 ECA와 보험형 ECA를 구분해 운영중인 국가는 일본 외에 중국, 독일, 헝가리, 체코,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다. 미국은 대출형 ECA,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보험형 ECA만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또 무보가 중장기 보험 업무를 맡을 경우 자본금 대비 50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분리 운영이 국가재정효율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수은의 경우 BIS규제에 묶여 같은 자본금 대비 10배의 성과 밖에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을 보면 그간 업무 중복 논란이 잦던 금융당국간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며 “단순히 금융당국간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난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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